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기사한마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떠나셨습니다. 
 
 먼 곳으로, 그 곳은 조금 더 평안 하겠죠?

 자살 소식을 듣고 난 후에,
 왜 조금 더 당신을 믿지 못했을까, 왜 그런 눈으로 밖에 당신의 상황을 바라보지 못했을까,
 애통하고 애통하며 저도 당신을 죽인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003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당신이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정치에 관심도 없고 단지 서민 대통령이다, 참 인자하게 생기셨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많이 기울이시는구나.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그 길을 걷지 않으셨던, 당신의 모습 .
 어린 저의 눈에도 당신의 욕심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대학에 들어와 아동학과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당신이 대통령 임기 중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고,
 얼마나 국민을 위해 애썼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위해 하는 정치.
 소수가 아닌 대다수의 국민을 위한 정치.
 그 개개인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했던 정치. 
 
 가까이 있을 땐 소중함을 모르다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당신의 가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참 열심히 수고하셨는데,
 1년 반 사이에 여러가지 보도가 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들이 자주 들렸습니다.
 사실, 관심이 없었습니다.
 정치인들이 밥먹듯이 검찰에 왔다갔다하고,
 누가 들어가고 누가 나왔는지, 누가 혐의가 있고 누가 얼마를 받아챙겼는지,
 관심 갖자면 끝도 보이지 않고, 신세 한탄 밖에 되지 않으니깐요.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을 믿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애써서 하셨던 정치들이, 그런 일들로 연루되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아꼈습니다.
 그럼에도 제 마음 한 구석에는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정치인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죽음,
 너무나도 안타깝고 비통하지만,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3년의 짧은 인생, 그리고 포기하기에 너무나도 아까운 인생,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당신을 힘들게 하는 주변 상황을 극복해 낼 힘이 없으셨겠죠.
 싸워도 싸워도 이겨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겠죠.
 그동안 당신이 지켜본 정치판의 모습이었을테니깐요.
 그런 수렁으로 당신이 빠져든다면, 한치의 희망도 없이 당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도 힘들게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당신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겠죠.
 그 선택이 최선이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더 마음이 아픕니다. 
 
 
 약한게 죄가 되지 않게 강하게 하시고,
 가난한게 죄가 되지 않게 부하게 하소서. 

 당신은 힘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바보였던 것도 아닙니다.
 당신은 그저, 그저, 선량한 사람으로서 사람들을 대했을 뿐이었습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벌써 그립습니다.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