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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기사한마디

1987년 6월 그리고 2009년 6월


 1987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빛을 가져다 준 해이다.
 6월은 어느 때보다 밝고, 환하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1987년은 내가 매우 사랑하는 해 이다.
 내가 새 빛을 보게 되었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충분한 관심, 사랑, 따뜻함을 받았기 때문에.

 1987년 6월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는 없다.
 분명한 건, 그 이후로 어렵다 어렵다 해도 마음만큼은 어렵지 않았던 것,
 내가 일부러 정치에 관심을 갖고 싶지 않아서 무관심했던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자기 잇속 챙기는 더러운 판이더라도,
 그래도 살만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어렸었다.
 학교라는 울타리에 갇혀 민주주의가 뭔지 교과서적인 시각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얼마나 어렵게 찾은 것이고 그 민주주의가 가져오는 의미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1987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외칠 때 나는 그저 소음으로 생각했었고,
 구시대적인 사고라고 귀를 막아버리고 있었다.


 2007년 12월, 만 20세의 나이였기 때문에 투표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난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내가 투표를 하든 안하든 나의 삶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동안의 정치가 잘못되든 잘되든 어른들의 생각이고, 나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난 지금 2007년 12월 그 날을 후회한다. 
 
 그 동안 내가 살았던 사회는 1987년 6월 이후로 대한민국이 비교적 행복했던 시간들이었고,
 거기에는 수 많은 피의 대가가 담겨져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난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다. 
 이 순간, 아픔이 없다면 평생 난 그저 그런 대한민국에서 그저 그렇게, 윗분들이 하는 대로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었을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것이 갖는 의미, 나에게 갖는 의미를 돌이켜 볼 수 있을 것 같다.


 6월 10일, 시국선언이 이 곳 저곳에서 발표되고 있다. 
 전문인들이 일어났다. 학생들이 성이 났다. 민심이 흔들린다. 
 다만 바람은, 윗분들이 22년 전 피땀흘려 찾은 대한민국의 행복을 무시하지 말았으면 한다.
 위기 의식을 느끼고, 좀 더 깨진 생각으로 그리고 다른 시각으로 대한민국을 바라 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