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희망 - 2009 대한민국 리포트>“이기심이 불행의 싹… ‘공부해서 남 주라’고 가르쳐야”
[인터뷰=허민 사회부장]
대한민국은 전세계적 금융위기와 국내에 휘몰아친 경제침체 속에서 희망을 재창조할 수 있을까. 한국인들은 불신의 시대, 정직성이 사라진 시대에서 세계의 리더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경북 포항의 작은 동네에 세워진 대학 총장을 14년간 지내면서 지방대를 명문사립의 반열에 올려놓은 김영길(70) 한동대 총장을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만났다.
김 총장의 제일성(一聲)은 “어려울 때일수록 타인을 생각하고 세계를 돌아보라”는 것이었다. “더 주고 더 사랑하는 것이 나와 사회와 세계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20세기는 인간과 인간의 수직적 관계를 중요한 기반으로 했다면 21세기는 사람과 사람간의 수평적 관계를 기본으로 합니다. 이런 세계에서 학연과 지연, 혈연은 의미가 없죠. 한국이 유독히 이런 것에 의존하는 것은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정말로 극복하지 않으면 안될 문제입니다.”
김 총장은 앞으로는 수평적 인간관계에서는 정직성, 신뢰성, 이런 것들이 중요한 명제로 떠오른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지식에 정직하고, 말에 정직하고, 돈에 정직한, 3가지에 정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특히 현대의 무한경쟁이 낳은 황폐화한 세계를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경쟁으로 사회가 발전해온 점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경쟁만이 발달의 준거가 되는 사회는 망합니다. 정직함과 신뢰로 무장하지 않은 무한경쟁이 가져온 포말과 그 폐해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전세계적 경제침체에서 잘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현대의 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는 도덕성의 문제이며 윤리의식의 문제이고 정직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지점에서 김 총장은 지난해 가을 하바드대 MBA 설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경제위기의 책임은 윤리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에게 있다”고 고백한 듀 프로스트 총장의 자기반성문을 거론했다.
김 총장에게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세계화한 세계’에 대한 이해다. “1994년부터 향후 2년간은 문명사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 해입니다. 1994년에는 인터넷이 맹렬하게 확산됐습니다. 1995년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시작되면서 기존의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체제를 대신하게 됐죠. 인터넷의 확산은 전세계를 지식정보화사회로 진입하게 만들었고, WTO체제는 글로벌 경제시대의 도래를 알렸습니다.”
김 총장은 “이때부터 세계는 광속(光速)으로 움직이는 공간이 됐다”고 역설했다. 김 총장은 “글로벌 기업은 글로벌 인재를 원하고 광속으로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속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어떻게 형성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언급했다. 다른 언어의 습득에 기민하고 국제시민이 되어서 세계시장의 변화를 읽어야 하며 타국가와 타지역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는 것, 즉 ‘글로벌 마인드’를 세팅하는 게 시급하다는 게 그의 강조점이다.
그러면 지식정보화한 세계, 글로벌 시대에서 한국과 한국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 총장은 “잠자는 창의성과 잠재력을 발굴해서 21세기에 대비하라”고 말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해서 남주나’라는 말을 듣고 자라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경쟁시대의 가르침입니다. 글로벌시대에는 ‘공부해서 남주라’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이 시대 우리가 겪고 있는 불행의 한 원인입니다.” 김 총장은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월가의 문제점은 위기 이후에도 경영인들이 자신의 배를 채울 보너스를 챙겼던 것에서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1950년대 한국은 세계적으로 최빈국이었습니다. 그후 40여년만에 한국은 선진국의 문턱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모토는 ‘잘 살아보세’였죠. 하지만 한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선진국의 원조와 도움이 바탕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 빚을 돌려줘야 할 때가 아닐까요.”
김 총장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서 3만달로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받은 만큼 ‘페이 백’(pay back)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들이 자신을 뛰어넘고 국가를 뛰어넘는 꿈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그는 더더욱 힘을 주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삶의 자세를 묻자 주저없이 “그럴수록 타인을 생각하고 세계를 돌아보자. 더 주고 더 사랑하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것이 나와 사회와 나라와 세계를 가꾸고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김 총장은 “그동안 우리만 챙겼지만 이제는 국제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더불어 사는 길이며 궁극적으로는 국익의 길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안되고 사람을 키우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끝으로 “보이는 것만 보지 말자”고 화두를 던졌다. 공간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시간적으로는 분명히 존재하는 ‘미래’의 비전을 보고 준비하면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조그만 흉터가 하나 있었다. 초등학교 때 모형 비행기를 만들다가 다쳤다고 했다. 비행기에 대한 꿈은 그를 미국으로 실어날랐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들어가게 했다.
김 총장은 “내 생애 가장 큰 꿈은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정직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면서 “어릴 때 꿈이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정직한 세계시민을 양성해 비행기에 태워 세계 각국으로 보내는 꿈을 꾸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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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좋아하는 김영길 총장님,
인터넷 서핑을 하는 중에, "배워서 남주자"라는 캐치프라이즈가 낯이 익어서 어떤 내용인가 궁금해 들어갔더니, 낯이 익은 아저씨 한 분이 계신다.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이 맞았다.
요즘 이 시대에 참 새로운 교육관으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이시는 총장님, 예전에 한동대에 가고 싶다는 열렬한 꿈과 함께 갈대 상자라는 책도 다 읽고, 한동대에 관련된 책, 브로셔, 사이트, 네이버 지식인... 온통 관심이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그 학교가 가고 싶었을까, 단지 첫사랑이 다니고 있어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젼을 심어주고, 그 비젼을 키워주는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고등학교 때 내가 무언가 하고 싶은 열망은 강했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대한 답도 얻지 못했고 너무 막연했기 때문에, 단일 학부로 들어가 일년 후 과를 정하는 한동대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었다.
오랜만에, 김영길 총장님 관련된 기사를 읽으면서, 비록 같은 한동인이 되지 못했지만, 그가 고등학교 때 영향을 미쳤던 사고 방식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닌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또 다짐했다.
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