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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영어공부하기

[어학연수일기] 090105 / Go to the Philippines

090105 22시 56분 /
 
홍콩 시간 - 한국 11시 56분

  홍콩 공항에서 3~4시간을 떼우게 되었다. 처음엔 너무 지루할 것 같고, 밖에도 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뭘할지 걱정이 되었는데, 그냥 그냥 재밌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곳에서 사람들과 단절되어 지내며 나만의 시간,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으나, 같이 온 사람들이 너무 좋아 보여서..

뭐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지만, 어쨌든..

좋은 사람들 만난 건 참 다행이고 좋은 일인 것 같다.

기내식만 믿고 밥을 먹지 않았더라면 쩜쩜..

그러고보니 나는 돈도 내지 않고 밥을 아주 잘 먹었구나,

홍콩 음식 맛이 없다고 첫 맛은 그랬었는데, 먹다보니 적응되어 괜찮았다. 그래서 거의 내가 끝장을 봤지, 살짝 느글느글 하긴 했지만 말이다.




환전을 하는데, 우리 돈 1만원에 53달러이다. 버거킹 세트메뉴가 49달러, 50달러를 웃돌고, 60달러를 넘는 것도 있고, 소프트 콘 아이스크림이 8달러이다. 그러니, 얼마나 물가가 비싼지,.. 요즘 우리 나라 경제가 안좋아져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지오다노 티도 3장에 만원처럼 보였던게, 160달러? 뭐 2만원에서 3만원정도.. 스타벅스 커피도 28달러니깐, 으악, 정말 비싸다.


혼자 왔었더라면, 유나랑 둘이 있었더라도 그렇게 모험하고 도전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같이 일행이 있으니 두려울 건 없었다. 말도 막 걸고 싶고, 조금씩 용기도 생기고..

나름 재밌고 좋은 추억인 것 같다.

홍콩 경유하는게 시간적인 면에선 조금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2번 비행기 타고 왔다갔다 할 것을 4번이나 타고.. 해외 두 번 나갔다 온 거나 똑같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

수속도 한 번 더 밟고, Trans하는 과정도 익히고, 면세점도 두 번 들리고..

외국 항공기라 모두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영어가 서툴고 어색하지만, 어쨌든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거니까,

인천 공항 마닐라 공항에 대해서 교육은 받았지만, 홍콩 공항의 면세점 등등에 대한 것은 거의 처음으로 우리가 접하며 배워서 더욱 뜻깊게 남는 것 같다.

세관에서 한 공무원이 우리를 보며 반갑게 웃으면서, 몇 번 질문을 하니까 Trust Me라고 이야기 하고, 또 다시 세관 검사를 하며 만날 때는 See you again 하며 인사도 해주었다. 역시, 외국인에게 친절한 ^^ 가끔은 외국인에게 불친절하기도 하고, 너무 시끄럽게 해서인지 눈총도 받았지만 그런 인사를 하며 반겨주니 기분이 좋았다.

나도 어떤 외국인이든, 너무 낯선 얼굴로 보지 말고 잘 도와주어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국제선은 무조건 기내식을 주는 모양이다. 홍콩을 경유해 가기 때문에, 또 마닐라까지 가는 비행기는 1시간 반 정도이고, 시간대도 22시여서, 좀 늦은 시간이라 기내식을 패스할 줄 알았는데 샌드위치라도 챙겨주는 센스, 안그래도 배가 살짝 불러서 빵 달라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홍콩에서 콜라값을 보고 기겁해 기내에서 뽕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오렌지 주스만 두잔째이다. 토마토, 애플 주스는 미스였다. 그렇다고 맥주를 먹을수도 없으니 말이지..

다음에 돌아갈 땐 고려해볼 참.

 

 40분, 50분 후면 마닐라에 도착한다. 아직도 내가 영어공부를 하려고 한국을 떠나왔다는게 실감나지 않는다. 명목상으로는 어학연수인데, 내가 진짜 어학연수가 절실하게 필요했고, 정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게으르고, 나태하고..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을 설득할 수 없는 논리를 가지고 이 곳에 무리해서 와야만 했던 이유는 뭘까. 그저 다양한 경험이라면, 부모님 돈을 들여서 이렇게 가는게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돈 벌어서 여행을 다니던지,

 난 정말 영어가 필요하다. 대학원을 가야하고, 앞으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영어와 싸워 이겨야 한다. 왜냐고? 영어 때문에 내가 주저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원 전형에 영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원서 몇 번 읽어보고, 어느 정도 기초 영어 실력만 있다면 면접에선 무난히 통과할 거라는 자신감 때문에. 그렇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더욱 연구를 하고자 할 때, 논문을 써야 할 때, 외국에서 발행한 책을 읽고, 내 것으로 소화하고, 외국의 비디오를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해할 수 있고, 물론 여기 어학연수 이외에 더 공부를 해야 할 것은 알지만, 우선 영어 울렁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학연수를 택한 것이다.

 영어 울렁증, 중학교때는 나름 영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강성관 학원을 다니면서 남들 안배우는 영어 몇 마디 지껄이기도 했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영어는 내 인생의 태클이었다. 고등학교 때, 대학교 1학년 교양수업.. 포기하니 마음도 편하고, 더 이상 영어를 붙들 이유가 없었다. 대학교 2학년 말에 교수님께서 영어공부하라고 하시는 말씀에, 학원도 등록하고 해리포터 책도 사서 읽으려고 무딘 애를 썼었다. 그렇게 부지런하지 못했지만, 대학에 올라와 처음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시도였다. 한 학기동안은 그냥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막연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영어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영어 듣기나 책을 붙들고 지냈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느 곳에 쓰일지는 모르지만, 우선은 영어가 부족하고, 여러 가지 나의 자신감을 죽이니까,

다시 시작했을 땐 진수어학원에서 배웠던 카르페디엠 과정으로 신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그렇지만, 배운 것으로 끝나고 복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었으니까, 토익이나 토플이나, 뭐 영어 회화나.. 그런거 없이 기본 영어만 하니 그냥 그런 것이었다. 그런 이유가 있었음에도, 나는 영어를 혼자 극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이 되기도 했다.

다른 학교에 학점교류를 갔을 때 조 발표를 하면서 언니를 만났다.  어학연수를 다녀와 휴학했었다는 언니의 말에 부르주아구나라고 생각을 하며 남 일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필리핀 이야기를 했을 때 의아해 하면서 그렇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오로지 캐나다 이야기만 흥미가 있었을 뿐.
 내가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하는 것을 알자 필리핀 어학연수를 추천해준다. 많은 돈은 없는데, 확실하게 하고 올 거면 필리핀 어학연수가 괜찮다는 말을 해주면서.
 조금 갈급해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솔깃하게 되었고, 그 날로 이곳 저곳의 학원을 알아보며 혼자 고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효과를 보고 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한국에서 여러가지 유혹과 친구들을 만나며 영어공부에 올인하는 것보다 마지막 찬스인 겨울방학을 활용해 영어에 올인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어렵게 부모님께 얘기해 허락을 받고, 필리핀으로 떠나게 되었다
 처음 다짐, 처음 마음과 같이 잘 하고 돌아와야 할 것인데,
 부담만 되고 너무너무 걱정이 된다.
 잘 할 수 있겠지?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