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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지혜/육아정보

[베이비뉴스] 정말, 창의적인 아이로 기르고 싶다면?

정말, 창의적인 아이로 기르고 싶다면?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기다림이 중요하다"

김가연(가명) 씨의 아들 동현(5)이는 평소 ‘왜?’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 아들을 볼 때마다 김 씨는 ‘혹시 내 아이가 영재는 아닐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휩싸인다. 새로운 무언가를 알아가려는 탐구심 속에서 '왜'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동현이는 영재일 가능성이 높을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는 아이의 상당수는 애정결핍일 가능성이 높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의 답변이다. 정 교수는 “영재는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을 계속 생각하고 혼자 알고 있는 지식과 논리의 범위 안에서 엉뚱하지만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영재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5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세미나룸에서 열린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토크콘서트’에서 200여 명의 보육교사와 부모들과 만나 1시간 40분 동안 '창의적인 교사와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만든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벌였다.

 

2014 코리아베이비페어 동시 개최행사로 마련된 이날 토크콘서트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과 베이비뉴스(대표이사 최규삼)가 공동 주최하고 이가전람(대표 이상범)이 주관하고 풀무원 푸드머스와 LG전자가 후원한 가운데 열린 행사로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아이들의 첫 번째 선생님인 보육교사와 부모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자리였다.

 

'자발적 동기가 충만한 아이로 키워라'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2전시장 세미나룸에서 베이비뉴스와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 주최하고 이가전람이 주관해 열린 '창의적인 교사와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만든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토크콘서트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가 아이의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부모와 교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톰소여 효과-모든 욕망은 결핍으로부터 시작된다'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2전시장 세미나룸에서 베이비뉴스와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 주최하고 이가전람이 주관해 열린 '창의적인 교사와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만든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토크콘서트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가 아이의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부모와 교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자발적 동기로 충만한 아이로 키우기

 

정 교수가 이날 강연에서 역설한 메시지는 모든 욕망은 결핍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아이 스스로 자발적 동기에 의해 어떤 걸 배우고 행동해야 하는데 아이가 욕망하기 전에 부모가 해야 할 것을 계속 채워주니 스스로 욕망하는 일이 줄어든다는 것. 그러니 기껏해야 휴대폰 게임이나 욕망하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요즘 아이들이 너무 풍족한 시대를 살다보니 욕망하기 전에 충족되는 삶을 살고 있다. 여러분은 스스로 요구하는 자발적 동기로 충만한 아이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톰 소여 효과’처럼 흥미로운 경험도 보상과 처벌이 따르는 일이 되면 흥미가 떨어지고 효율도 낮아지는 반면 일이 놀이가 되는 순간 몰입해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 교육시스템에서 자발적 동기로 충만한 아이로 키우기란 쉽지 않다. 학교에서는 아이의 재능과 소재를 살리기 보다는 획일적인 교육만을 주입하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혁신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그래서 부모들은 대안으로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는 일을 고려한다. 하지만 정 교수는 “대안학교도 좋지만 어느 순간 다시 경쟁사회 시스템 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한계 때문에 진정한 대안이 될 순 없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경쟁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서 협력도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다 보니 부모로선 고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어느 하나도 포기하면 안 되는 가치라는 걸 이해하는 것”이라며 “부모가 해야 할 것은 아이의 뇌에 다른 아이와는 다른 경험과 지식, 관점을 넣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창의적인 사람의 뇌에선 어떤 일이?

 

창의적인 아이들의 특징은 대부분 ‘암기’를 하지 않는다. 암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대신 원리를 통해 유추하는 시간에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정 교수는 수학 영재와 평범한 아이의 뇌 사진을 보여주면서 “수학 영재는 사칙연산할 때 뇌를 거의 쓰지 않다가 올림피아드 문제 같이 어려운 파트에서는 굉장히 집중하는 반면 평범한 아이는 사칙연산을 할 때 머리에서 불이 나고 정작 어려운 문제를 풀 때 뇌에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사람의 뇌는 일반인과 어떻게 다를까. 정 교수는 “이들(창의적인 사람들)은 뇌의 특정한 영역(발상의 화수분)이 발달하진 않았지만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평소에 신호를 주고받지 않던 뇌 부위가 마구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상식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생각과 행위들이 뇌 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부위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고 연결되게끔 한다. 예를 들어 학생에게 글을 써보라고 하면 이야기가 저장돼 있는 메모리에서 변형해서 내용을 만들어내 저마다 비슷한 내용을 쓰게 된다. 하지만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두 문장을 임의로 발췌해 글을 쓰게 하면 두 개의 사건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뇌 영역이 움직여 보다 독창적인 글이 나오게 된다. 

 

특히 정 교수는 “유치원생이 가방끈이 긴 사람보다 창의적인 사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 가지 실험사례를 제시했다. 다양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은 테이블에 네 명을 앉혀 놓고 실과 테이프, 스파게티 20가닥, 마쉬멜로우를 제공한 가운데 진행됐다. 제공받은 것을 이용해 가장 높은 탑을 쌓는 게임이었다. 제한시간은 단 18분.

 

그 결과 가방끈이 긴 사람들은 게임이 시작되고 2분간 명함을 교환하고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다음 이 탑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계획을 세웠고 계획대로 탑을 쌓기 시작했다. 반면 유치원생은 전혀 다른 18분을 보냈다. 아이들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일단 한 번 쌓아본다. 그러다 보니 5분 만에 첫 번째 탑이 완성된다. 거기에 다리를 세우고 가지를 세우는 방식으로 적게는 3개, 많게는 6개의 탑이 완성됐다.

 

과연 무엇이 다른 것일까. 정 교수는 “어른에게 탑을 쌓으라 하면 사각형의 피라미드 탑을 쌓지만 아이는 쌓는 탑의 모양이 제각기 다 다르다. 그냥 해보기 때문”이라며 “해보지 않고는 좋은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일단 해보고 끊임없이 수정하면서 목표에 접근하는 것이 처음 보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길을 잃어본 사람이 지도를 얻는다'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2전시장 세미나룸에서 베이비뉴스와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 주최하고 이가전람이 주관해 열린 '창의적인 교사와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만든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토크콘서트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가 아이의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부모와 교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지도 보는 법 아니라 지도 그릴 수 있는 사람 돼야

 

정 교수는 한글, 숫자 등의 공부를 6살 이후부터 시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6살 이하 아이에게 언어와 수학을 가르치면 아이가 할 수 있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아 부모와 친구와의 관계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6살 이전의 뇌는 오감을 정교하게 만들고 감정을 표현하고 사람과 관계맺기 밖에 안 하기 때문에 정서·사회성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즐겨하는 레고블록 쌓기는 창의성을 키워주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정 교수는 “아이들이 즐겨 하는 레고블록 쌓기는 절차적 과정을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창의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레고가 아니라 놀 것이 없어서 나뭇가지, 박스를 갖고 장난감을 만들고 놀 때 창의성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어교육을 중시하는 부모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정 교수는 “영어는 모국어가 완벽한 상황에서 배우는 것이 좋다. 6살 이전에 영어를 배우면 모국어를 하는 네트워크와 섞여 나중에 모국어와 영어 둘 다 굉장히 잘하는 어른이 되긴 어렵다”면서 “영어는 모국어 영역 옆에 영어를 하는 영역이 생성되는 시기인 6~12살 때 배우는 것이 적기”라고 답했다.

 

현명한 부모라면 아이가 스스로 지도를 그릴 수 있게끔 시간을 두고 기다려 줘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조언이다. 정 교수는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하고 싶어하고 재미있어 하는 걸 발견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막연하고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시키지만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도 부모가 갖춰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이에게 길을 잃어도 되니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자기 만의 지도를 그리도록 기다려주는 일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동력으로 나아갈 때 뒤에서 도와주는 형태가 돼야 하는 것이죠. 자발적 동기로 가득 찬 어른이 되는 건 어린 시절에 결정됩니다. 세상에 나가 스스로 지도를 그리는 아이로 키우는 현명한 부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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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기자(eh.jeong@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