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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책

[연을 쫓는 아이] 성장이 존재 하는 사람.


 
연을 쫓는 아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할레드 호세이니 (열림원,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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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성장을 일대기로 보여주는 '성장 소설'. 동시에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을 싫어한 적도 없지만, 푹 빠져서 본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몇 페이지 넘기는데까지는 힘들었다. 한국 소설도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외국 소설의 배경과 등장 인물의 이해는 더더욱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노트에 적어가며, 다시 그 이름이 나왔을 때 반복해서 보며 몇 장에 익숙해지고 나니 그 후부터는 술술 읽혔다. 쉬는 시간이 있더라도 책을 펴게 되었고, 잠시의 짜투리 시간에도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진짜 책벌레가 된 느낌, 소설을 보는 맛이 이런거구나..^^;

 비문학, 자기계발서, 에세이를 주로 읽다가 느낀 것은 정말 소설같은 이야기, 수 많은 복선들과 구성, 어떻게 이런일이 싶을 정도로 아찔함들이 마음을 설레게도 하고, 두근거리게도 하고, 긴장하게도 만들고.. 한 편의 이야기 일 뿐인건데 - 그 한편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소설가의 필적과 함께 감정이 움직였다.

 한 소년이 어린 시절에 저지른 지울 수 없는 상처, 그리고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떠난 아프가니스탄의 여행. 여행 속에서 배울 수 있었던, 겪을 수 있었던 수 많은 경험들.. 그리고 치유되었던 자신의 어린시절 상처.
 
 꿈만 같은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시절의 모습은 환상과 같다. 연을 날리고 쫓으며 놀 수 있는 아이들, 마음껏 밖에서 놀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 꿈같은 과거로 남는다. '탈레반'이라는 소름끼치도록 무섭고 잔인한 상황 속에, 왕권을 빼앗기고 전쟁국가가 되면서 부터 총소리가 익숙해진 그들의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수호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전까지는 나도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기분이 나쁘고 왠지 께름칙했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 난 후에 진짜 아프가니스탄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바바와 아미르와의 관계, 아들에게 손을 내밀 수 없었던 이유, 다정한 아빠가 될 수 없었던 이유, 그런 관계 속에서 아미르가 갖게 되는 성격들, 그로 인해 평생 안고 살아야 할 가슴의 짐을 지게 된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용기를 낼 수 없었던 이유, 하산을 내 쫓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 성격의 시작은 '바바'와의 관계로부터였다.

 한 사람의 성장 소설을 읽으면서, 그 사람이 갖게 된 성격을 아주 오래전의 과거로부터 알 수 있었고, 자신 깊숙히 남아있는 트라우마와 싸워 이기는 모습을 보며 나의 잠재되어 있는 어느 부분도 힘을 얻어 싸울 용기가 생기는 것과 같은 걸 느꼈다. 
 정말 한 번 쯤은 꼭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연을 쫓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