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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About 사람

[방송과 사람] EBS 아이의 사생활 정지은PD 인터뷰 - KBI



 EBS 아이의 사생활 정지은PD 인터뷰 - KBI




 기획 4개월, 촬영 6개월, 편집 2개월, 총 제작기간 1년, 설문조사 참여 인원 4,200명, 실험 직접 참여 어린이 500명, 국내외 자문교수 70명.
 지난 2월 EBS에서 방송된 <인간탐구 대기획 5부작-아이의 사생활>이 가진 기록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아이의 사생활>은 성과 지능에 따른 인간의 차이, 도덕성과 자존감이 삶에 미치는 영향, 뇌가 가진 능력 등 인간 내면과 성장의 비밀을 감각적인 영상과 세련된 연출로 보여주어 이례적인 주목과 호응을 받아 3월에 앙코르 방송을 했고,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재방 요청으로 5월에 다시 한 번 더 전파를 탔다. 자세한 이야기를 <아이의 사생활>을 연출한 정지은PD에게 들어보았다.

<아이의 사생활>의 기획의도는 무엇이었나?
6살 된 아들이 있다. 아이 엄마로서 공부하다 보니 수많은 육아서적들이 나와 있지만 상충되는 정보들이 많아 혼란스러웠다. 실질적인 양육정보보다 근원적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아동기의 여러 특성들 중에서 인생 전체를 표현할 수 있는 단초적인 것이라고 생각되는 성별, 도덕성, 자존감, 다중지능, 뇌의 5가지 아이템을 선정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제작에서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은 무엇이었나?
프로그램의 이야기 구조(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실험을 나열한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구슬들을 어떻게 묶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PD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도덕성에 관한 수많은 실험을 가지고 도덕성이 인생관을 좌우한다는 이야기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보통은 착한 사람들이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데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이 좌절 극복도 잘 하고, 학업능동감도 높고, 인생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면 부모들이 아이를 착하게 키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실험설계를 했다. 그런데 실제로 가설이 증명되자 소름이 끼쳤다. 그 때 “이 방송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보면 실험이 많은데 어떻게 진행되었나?
과학다큐는 증명을 할 때 실험이나 설문조사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실험들은 학문적으로 입증이 되더라도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아동학,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사전단계에서 예비실험을 해보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실험은 제외시켰다. 방송에 나온 실험 중에는 자문선생님들도 실제 실험해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촬영은 미리 콘티를 짠 다음 중계방송처럼 멀티카메라 시스템을 사용하여 한 번에 촬영함으로 실험결과가 왜곡되지 않도록 했다.

실험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전 인터뷰와 실험결과의 차이가 컸는데 부모들이 사회적 기준과 다른 자신들의 잣대로만 자녀를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실제는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교육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나 자신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로그램을 하면서 단 1명도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전체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는 리플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제작시 아이들이 나오는 부분은 40%를 넘기지 않고, 인간의 전체적인 부분을 담고자 한 PD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시청자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한 편으로는 편하게 방송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 제작환경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미술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야 된다. 현대는 디자인 시대라 화면이 아름다워야 내용의 전달력도 높아진다. 그러나 실제 다큐멘터리 제작비에서 그래픽, 세트, 의상 등 미술비용은 거의 책정되어 있지 않다.

다큐에 대한 가장 큰 착각 중의 하나가 과정이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찾아가는 과정을 찍고, PD가 만나는 사람과 악수하는 것을 다 보여준다고 해서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전달하는 내용 자체가 사실인지 거짓인지가 더 중요한 시대다. 요즘에는 재연다큐, 상상다큐, 드라마 다큐도 많이 나오고 있다. 영국에는 <드래곤>이라는 가상다큐도 있다. 가상과 다큐는 대조적인데도 전달하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것이
다큐멘터리라고 해석하는 추세다.

 미술적인 부분 역시 최대한 정리해서 시청자 보기에 좋게 찍자는 것이지, 그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논쟁과 PD들의 고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이의 사생활>은 <다큐프라임>의 첫 번째 작품인데 <다큐프라임>은 어떤 프로그램인가?

http://home.ebs.co.kr/docuprime


EBS는 전통적으로 <아기성장보고서>, <문자>, <TV가 나를 본다>와 같이 기획다큐에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4~5년 이후에 회사의 주력 사업이 수능과 같은 다른 부분으로 옮겨가면서 프로그램에 누수가 생겼다. 그래서 심기일전하는 맘으로 월화수목금 언제나 EBS에서 자체 제작한 다큐를 보게 한다는 기획으로 <다큐프라임>이 시작되었다. 이는 한국방송사상 초유의 일이다. 현재 20여명의 PD들이 최소 7개월에서 12개월에 이르는 사전 제작과 높은 수준의 제작비를 바탕으로 교육과 교양 분야의 다양한 내용을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다.

EBS 다큐멘터리가 지향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재의 다양화와 영상의 고급화를 통한 웰메이드 방송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는 방송이길 바란다. 우리나라 다큐는 시사, 휴먼, 의학 등 한정적인 영역의 다큐멘터리가 대부분이다. EBS에서는 다른 방송사에서 잘 하지 않는 인간, 자연,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를 다루면서 내일을 생각하는 방송을 했으면 좋겠다. 근본적인 것을 알면 내일을 생각할 수 있잖은가?

 또한 어느 방송사에서나 볼 수 있는 특색 없는 ‘다큐 스페셜’이 아닌 EBS에서만 볼 수 있는 브랜드화된 다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지식채널>처럼 <다큐 프라임>을 보면 단번에 EBS의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고유의 정체성 있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길 바란다.

어떻게 PD가 되었나?
처음에는 외교관이나 기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회사와 공사를 거쳐서 EBS의 편성기획 경력PD로 오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PD로서의 사명감이 없었는데 일을 하면서 달라졌다. 대학교 때 배웠던 ‘전파는 국민의 것이므로 방송은 공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방송을 제작할 때마다 생각난다. 그래서 ‘내 프로그램’이라는 말도 싫어한다. 초기에는 <딩동댕 유치원>, <장학퀴즈>와 같이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아이의 사생활>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제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그 중에서도 사람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여자 PD들이 꼼꼼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여자로서의 장점을 살린 방송을 하고 싶다. 개인적
관심사와 일이 만날 때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다.

PD가 되기 위해 준비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선 방송사에 입사부터 해야 PD가 될 수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논술, 국어, 영어, 면접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 후에는 관점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D는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 달라야 한다. 길 가에 핀 들꽃을 보더라도 콘크리트
에서 폈으니 생명의 존엄성을 이야기할 것인지, 또는 길거리의 삭막함을 이야기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렵다. 그래서 불혹, 지천명의 나이가 되어야 진정한 PD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을 보는 관점과 시대정신은 치열한 자기성찰에서 비롯되는데 이러한 것은 나이가 들어서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대와 30대에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대정신과 프레임을 가질 수 있도록 밑거름을 만드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방송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사람을 싫어하면 할 수 없는 게 방송이다. 사람 만나면 반갑고. 사람이 좋아야 한다.
그리고 좌절 극복력과 문제해결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런 것은 학교 다닐 때 잘 훈련되어 있다면, 회사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 이소현/객원기자
출처 : http://www.yeye.or.kr/board/view.php?id=pro_news&no=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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