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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책

[생각하는 나의 발견, 방법서설] 쉽고 편하게 데카르트 만나기 !

생각하는 나의 발견 방법서설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김은주 (아이세움,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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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부터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이 책을 받았을 때 왠지 모르는 설레감이 먼저 들었다. '데카르트'든 누구든 철학의 기본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었던 마음이 커서 이번 기회에 책을 제대로 섭렵해 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런 면에서 이책을 만나게 된 것은 참 행복한 우연이었던 것 같다.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쉽게 펼쳐보지 못했던 것은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고전서들의 난해함,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것들... 그렇지만 이 책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써서인지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풀어서 해석해 놓았기 때문에 읽기도 편하고 이해도 훨씬 쉬웠다. 이런 점 때문에 한 편으로는 내가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을 놓치고, 이 책에서 가르쳐주는 해석 방법에 물들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내가 접한 첫 번째 철학책이라는 점에서는 쉬운 면에서 이점이 더 컸던 것 같다. 또 이 책을 덮을 때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다음엔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의 전문으로 도전?"이었기 때문에 철학에 발을 디디는 첫 단계로서 적합한 책이었다.

 근대의 철학의 아버지라는 데카르트의 인간적인면부터 시작해 그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기본 정보 또한 제공하고 있다. 중세 철학에서 관심가졌던 부분은 어떠했으며, 그래서 데카르트가 생각하는 철학은 왜 이러했는지 단순히 철학자 한 사람이 쓴 철학 뿐 아니라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생각하는 고로 나는 존재한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데카르트가 한 유명한 말이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데카르트 이전의 서적, 물론 지금 당시의 서적 중에는 '종합'의 방법을 사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즉, 산 위에 올라가서 보니 이러한 풍경이더라는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경치에 대해 묘사를 하고 있지만 데카르트는 달랐다. 그 산에 오르는 과정에서 맛 볼 수 있었던 묘미, 힘들었던 점, 극복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일일이 이야기하고 있는 '방법'적인 면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 데카르트는 거짓된 것을 참된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쓸데없는 곳에 정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충분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고,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나에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는 신앙을 가지고 있다. 아주 오래된 신앙이고 그 신앙이 나를 지배하는 것은 어마어마 했었다. 2년 전에 잘 알고 지내던 철학을 전공하던 오빠가 데카르트 또는 스피노자가 했던 의문을 나에게 제기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오빠는 이런 철학자들의 삶을 이미 깊이 사색해 보았고, 또 어느 정도 틀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무조건적으로 믿었던 나에게 아주 큰 위기가 되었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후 이 책을 만나보니, 그 때 그 오빠가 했던 말들과 그 때 나의 혼란스러웠던 상황들이 이해가 되었다. 데카르트가 했던 말들이 중세 시대의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충격이었을지, 그리고 코르페니우스의 지동설 또한 그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었는지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 내가 그 전에는 중세 시대의 사고 즉 절대적인 진리라고 믿으며 반박할 의심할 여지마저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정말 무지한 지식인을 꿈꾸고 있었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게 뛰어난 사색가는 아니더라도, 내가 생각하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 순간 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나를 살아있게 하는 힘인지를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나를 다시 찾아준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철학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책인 것 같아요. 청소년의 눈 높이에 맞추어 쓰여있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없이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청소년이 일찍 이 책을 접하고 사고의 늪으로 빠지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겠지만 ^^ 성인의 입장에서도 겁먹고 철학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면 한 번 이 책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전집 중에 한 권인데, 일반 인터넷 서점에서도 팔고 있더라구요. ^-^ 저자가 국어 교사 출신에 철학 전공 박사여서인지 주석도 자세히 잘 되어 있고, 더 읽을 책에 대한 소개도 잘 되어 있어요. 
 아무쪼록 저에게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