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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주저리주저리

[나눔] 믿음...


 믿음이 산산조각이 난 적이 있다.


 모태신앙으로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빠지면 큰일 나는 것인 줄 알았고,
 힘들 때 징징 대는 것보다 하나님한테 능력을 달라고 구하는 방법을 배웠고,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배웠고,
 하나님만 믿으면 무슨 일이든 성공할 수 있고, 큰 힘으로 이겨나갈 수 있었다는 신념을 쌓았다.

 
 중학교 1학년 올라가는 겨울, 처음으로 영적인 체험을 했다고 고백하면서,
 그 때 하나님을 만났던 시기로 이야기 한다.
 흰돌산 기도원이라는 곳에서, 그 동안 지었던 13년 간의 죄를 회개하고,
 앞으로는 하나님만을 위해 살겠다고 서원했던 것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어떤 깨우침으로 그랬었는진 기억은 잘 안난다.
 회개 했던 내용은 엄마 아빠 말 잘 안들었던 것, 불순종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렇게 날 사랑하는 분들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
 초등학교 6학년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회개 내용들이었다.
 그렇게 많이 울고, 지칠 대로 지쳐 있는데, 왠지 모른 기쁨과 행복감.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체험이었다.

 그 후에도 교회에 열심히 나가면서, 기도도 열심히 하고, 성경도 열심히 보고,
 성가대도 열심히 하고, 율동도 열심히 하고, 완전 모범적인 크리스챤의 모습으로 중고등학교를 보냈다.

 그 후로도 많은 성경 말씀과, 수련회 때때로 주시는 선교사님, 목사님, 전도사님들의 말씀으로 깨우치고, 비젼을 찾아야겠다 정말 하나님께 쓰임받는 도구로 준비되어져야겠다고 다짐을 했던 것 같다.
 그 땐 열정이 넘쳐났고, 무언지 실체도 모르는 것의 이끌림으로 나는 그렇게 살았었다.
 하나님만 믿으면 구원되고, 하나님만 믿으면 능력받고, 하나님만 믿으면 성공할 줄 알았던 믿음이 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서부터 욕심이 많아서, 성공하고 싶다는,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으면 힘이 나고 지혜도 생기니까 성공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에 더욱 열심히였던 것 같다.

 원래 의심이 많다. 논리적으로 따지기 좋아하고, 이해가 되어야 마음에 와닿는..
 따지기 좋아하고, 반박하기 좋아하고. (지금도 그 버릇 못고쳐서, 수업시간 설교시간에 반박 내용을 메모해놓는다. 반박도 안할거면서, ㅋ)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믿음에 대해..
 처음 생겼던 의심이 무엇인지는 기억은 잘 안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많은 것들,
 예수님의 기적이라던지, 예수님만 믿으면 구원받는다는데 그럼 우리 증조할아버지, 그 이상 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예수님을 만날 기회가 아주 없어서 못 만났는데 기회도 안주고 구원을 안해주시는 건 신이냐는 질문부터, 사랑이 많고 전지전능하신 분인데, 모두 다 사랑해주시고 행복하게 해주시지 어떤 사람은 좌절에 빠져 자살을 하도록 놔두는 것도.. 또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는 원죄가 있기 때문에 지옥에 가느냐도 궁금했고, 술을 먹지 말라고 하는데 왜 예수님은 포도주를 아주아주 많이 만드는 기적을 보이셨을까 하는 물음까지, 여러가지.. 아주 많은 의심들이 생겨났다.
 의심 때문에 믿음이 소홀해진다고 느꼈을 때, 어떤 설교를 들으면서 깨달음이 생겼다.
 "이성을 넘어서 통치하는 분이 하나님이신데, 인간의 이성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창조를 하셨겠느냐,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까지 가능하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시다."
 내가 지금 의심하고 있는게 당연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해되지 않아도 믿어야 한다는 메시지.
 나는 그렇데 덮어놓고 믿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냥 믿으면 되는걸, 왜 따지고 있었을까 하는 마음도 들면서..


 또 위기가 찾아왔다.
 철학을 공부했다는 교회 오빠가 이야기 좀 하자고 하더니, 여러가지 내가 갖고 있던 의문에 대한 제기를 하면서 요즘 교회의 문제는 무조건 믿어라 라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같이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기도 하고, 신앙도 굉장히 두텁다고 생각했던, 목회자를 꿈꾸던 오빠여서 의외이기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들에 대한 지적을 하여서 오빠에겐 무슨 답이 있나보다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독교를 비판하는 관점으로 철학적인 논리를 대면서 하나하나 비판을 하는데, 나는 와르르 무너졌다.
 사실, 복음주의 신앙에 대해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구호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무작정 믿기로 작정했기 때문에, 지옥이 무서워서, 어짜피 보험인셈 치고 믿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한쪽 부류에서는 이런 신앙에 대해 어떤 헛점이 있는지를 연구하고,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 오빠는 이렇게 나의 신앙을 와르르 무너뜨려놓고, 내 스스로 답을 찾아보라고 하며 유유히 사라졌다.
 과연 나는 답을 찾았을까.
 
 처음엔 어디서든 답을 찾아보려고, 발버둥을 치기도 했다.
 성경은 거짓말 같다는 생각에 성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못보고.. 그 오빠가 얘기하는 관점에서 나온 책들을 훑어보며 어떤 논리인지 살펴보기도 하고, 머리로 해석하려고 했었다.
 머리로 쌓아지는 신앙은 처음부터 말이 안되었으리라,
 결국 나는 포기했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교회에서 서서히 멀어져갔다.
 (그렇지만 우리 아버지가 너무 무서워서, 교회는 꼬박꼬박.. 마음은 저 멀리)

 나의 신앙을 와르르 무너뜨린 그 사람이 처음엔 너무 미웠다.
 그냥 내버려뒀으면 무조건 믿어서 밥이 되든 죽이 되든, 그냥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힘들면 힘주세요, 지혜주세요, 하나님 빽으로 성공좀 해보게요. 조르기도 하고 뒤집어보기도 하고 그랬을텐데,
 더 이상 기댈 곳을 없게 만들었으니깐,
 세상에 빛이 사라진 느낌, 나의 기초가 무너진 느낌, 내 모든게 사라진 느낌, 꿈도 희망도 아무것도 없는 느낌, 앞으로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아가 된 느낌.. 폐허 허허벌판이었다.

 1년이 지났다. 1년동안, 일부러 신앙을 만들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신앙이 없다고 막 살지도 않았다.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열정이 닿는대로, 그 동안 쌓였던 삶의 방식은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

 한 학기 교류학생을 하면서 '심리학 관련'수업을 많이 듣게 되었다.
 삼일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면서, 좋은 말씀을 많이 듣게 되었다.
 하나 하나의 통찰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내 삶 가운데 인도하고 계신 하나님을 느끼게 되었다.
 1년간 무너져 있었지만, 10여년 동안 쌓였던 내공이 있어서인지, 내 안에서 날 움직이는 건 내가 아니었다는 생각, 내 마음대로 내 멋대로 살았는데, 돌이켜 보니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생각,
 이런게 믿음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하나의 통찰부터 시작해, 어린 아이가 부모와 형성하는 애착관계, 또 아동에 대한 여러가지 심리적 문제를 이해하면서 나에 대해 이해하고, 타인에 대해 이해하고, 아동에 대해 이해하고, 인간에 대해 이해하고..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삶에 변화가 생겼다. 행복한 변화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기분 나쁜 행동을 하였을 때 내 반응이 바뀌었다. 그 사람의 행동엔 어떤 이유가 있겠지, 하며 품게 된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서 너무 예뻐서 미칠 것 같고,
 가끔은 아이들 때문에 눈물도 흐를 정도이다.
 이런 행동의 변화가 생기면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묵상도 하게 되었다.
 이런 시작으로 나의 신앙을 하나하나씩 찾아가고, 자연스럽게 삶에서 느끼고 체험하게 되었다.

 아직도 나의 신앙을 100% 찾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마더테레사 수녀님처럼 성자처럼 사셨던 분도, 평생 동안 그런 의심과 신앙에 대한 회의감으로 살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기도하는 중에 느끼고 깨달았던 것은
 "믿음은 의심하는 것 까지 믿는 것이 믿음이다"
 
 사랑에 대해 얼마전에, 미움까지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던 것 처럼,
 믿음도, 믿지 못하는 무언가까지 믿는 것이 믿음이라고 했다.
 보이지 않는데, 와닿지 않는데 믿을 수 있는 것이 믿음이라고,
 나는 완전한 믿음은 실현할 수 없을 것 같다.
 
 하나님이라는 존재에 대해선 확실히 믿고,
 하나님의 사랑, 날 얼마나 사랑하고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래서 서로 얼마나 사랑해야하는지,
 하나님이 날 사랑해서 "예수님"을 보내주시고 그를 통한 메시지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근본적인 것은 믿는데,,,,

 그렇지만,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실행하신 기적들,
 그리고 기독교의 핵심인 "우리를 위해 십자가 지시고 돌아가셨다가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은 아직도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성경에는 무조건 100% 하나님의 말씀으로 온전하게 기록되어있다고도 믿지 않는다. 말은 아다르고 어다른데, 2000년 이상이 되면서 어떻게 처음 쓴 그 뜻대로 옮겨지게 되었을까. 사람이 쓰는건데, 사람의 생각이 1%라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오타가 생길수도 있는거고, 처음엔 말로 전해졌을 테니깐, 말로 전해지면서 한 토시도 틀리지 않게 전달될 수 있었을까부터,
 
 이런 사소한 의심에 대해선 언젠간 통찰이 생길지, 잘 모르겠지만 억지로 믿으려고 하면 오히려 반발심만 생길 뿐이다.
 자연스럽게 놔두려고 하는 것이 지금 심정이다.
 그런데 , 겁나는 것이 하나 있다.
 1년 전 그 오빠처럼 누군가가, 너 이렇게 믿는건 허위 믿음이야. 아무것도 아닌거야. 라고 얘기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내 믿음은, 나에게 은혜 주시는대로, 채워주시는대로 지혜 주시는 대로 믿는 것이지, 누가 만들어주지 않고 무조건 옳은 믿음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신앙관을 갖고 있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아직은 믿음에 대해서 걸음마 수준이라, 겁이 날 뿐이다.
 언젠간 성숙해져서, 누군가의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믿을 수 있겠지..

 
 아주 오랜만에, 아주 아주 오랜만에 금요철야예배에 다녀와서,
 기도하는 중에 떠오른 여러가지를 생각하며 주저리 주저리 하였는데,
 그냥, 내 인생의 신앙에 대한 이야기라, 한 번 정리해봄직 해서 적었다.
 그렇지만 스크롤의 압박은 상당할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의심들, 나만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미 그것의 대답을 찾아서 자유롭게 신앙생활 하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그거에 좌절되어 신앙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맹목적으로 믿는 것은 신앙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으로, 진정으로, 나에게 녹아져서 나오는 것이 신앙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
 예수님만 믿으면 아픈 병이 다 낫고, 모두가 다 천재가 되어 일류대학에 들어간다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심어주는 것은 '삶'을 떠나서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고 설명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나에게 어떤 큰 기적을 베풀어주셔서 내가 아주 유능한 아동전문가로 쓰이게 될 거라는 상상은 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님의 사랑을 품고 하나님이 부어주는 넘치는 은혜, 삶의 기쁨을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고 내가 활동할 때, 정말 영향력 있는 한 사람으로 쓰임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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