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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책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흥미롭게 사람 세계 알아가기, 선입견과 편견을 깨부수기


흥미롭게 사람 세계 알아가기,
- 선입견과 편견을 깨부수기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지은이 김수정 (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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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빌려 사람을 읽는다.
 어느 영국 도서관 이야기


 사회복지 과목 교수님께서 과제를 내 주셨다. 이 책을 던져주시며 자신이 관심있는 사람 한 명을 읽고 감상평을 써오라는 것이었다.
 교수님을 통해 이 책을 소개받은 후 확 꽂혀 바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사람을 읽는다는게 무엇인지, 우리는 언제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삶을 엿보고 있다. 또 우리는 책을 통해 다양한 세계를 엿보고 우리의 생각의 지평을 넓혀간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그 동안 편식하기 쉬웠던 사람들 관계에서 벗어나 옆에 있어도 선입견과 편견으로 사람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부류의 인간들의 삶을 읽고, 우리의 생각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다.
 신기하고 흥미롭지 않은가? 사람을 읽는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몰랐던 부분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했구나 연속적인 감탄 아닌 감탄을 뿜어내며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이만큼 흥미로운 공부가 또 있을까. 
 
 
 에필로그에서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우리 주변에 언제나 존재해왔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었던 사람들, 남들과 약간 다른 독특한 이력 덕분에 '오해의 시선'을 받아온 사람들, 즉, <리빙 라이브러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잘 알지 못해 가질 수 밖에 없었던 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 고정관념을 줄이자는 의도로 기획된 행사이다.(p9)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살면서 경험 속에서 축적되는 거니까 피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 고정관념 속에서 편견이 생기고 편견은 차별이나 폭력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p15)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거다!'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으로 사람들을 다르게 보지 말자, 그리고 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말자.
 그러면서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게 아니었구나, 나 또한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을 힘들게 할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 
 그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냥 그들을 다르게 보지 않고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보자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그들 삶 그대로를 봐주자는 것이다. 우리와 조금 다른 가치관을 갖거나, 다른 환경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와 다를 수 밖에 없다. 다른 특징은 그들 삶 그 자체일 뿐,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비주류로 몰아내는 폭력을 저지르지 말자는 것이다. 

 
 많은 삶들이 마음에 와 닿았고, 인상적이었는데 몇 개를 꼽자면 휴머니스트, 혼혈, 완전 채식주의자 등이 있었다. 
 혼혈은 내가 '다문화 가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먼저 읽게 된 파트인데, 영국은 이미 혼혈이라는 개념이 낯 선 개념이거나 특이하게 볼 만한 것이 아닌 나라였다. 그들 세계에서 다문화는 존재하고 있었고, 다른 국적을 가진 부부는 이미 비일비재 했다. 하지만, 사이먼 제라지는 그 사회 역시 고정관념이 있다고,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 한다. 비교적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랐지만, 피부색이 다른 아버지, 어머니 덕분에 자신의 정체성 혼란까지 있었다고, 그럼에도 그는 혼혈이어서 남들보다 몇 단계 빨리 성장할 수 있었고,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 페이지를 읽으면서, 우리 나라도 다문화 가정이 엄청 늘고 있는데, 혼혈, 다문화, 코시안 등 그들에게 이름붙이려고 하는 것들이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리안 되다 만 코시안? 피가 섞여서 반반인 혼혈, 기분이 나빴다. 그들에게 꼭 이름을 붙여야 하나, 명확한 정체성은 그들 스스로 찾기보다 사회에서 쥐어주려고 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완전 채식주의자, 사실 그의 삶에 대한 것은 충격아닌 충격이었다. 나도 나름대로 고기를 좋아하는데.. ; 그녀는 고기를 먹는 사람을 야만인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채소만 좋아하는 것을 인정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음,,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녀가 '우리에게 과연 저렇게 많은 고기가 필요할까, 쇠고기, 돼지고기, 닭, ......'이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내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단지 맛있어서 먹었던 고기들이, 생각해보니 생명체였던 것. 그걸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배를 채우기 위해 또 우리의 기분을 위해 너무 많은 고기를 죽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휴머니스트, 이름도 한나다. 나도 나 나름대로 휴머니스트라고 생각하면서 이 페이지를 읽었는데, 직업이 휴머니스트인 한나는 무신론자이다. 종교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 왠지 꺼름칙하게 느껴지는데, 그들의 주장은 그렇다. 종교 없는 삶이 수준이 낮다고 단정짓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들의 믿음이 이 사회를 좌지우지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 대신 개개인의 개성과 특성을 존중하고, 한 사람 한 개인의 의사와 결정을 존중할 때 우리 사회는 훨씬 긍정적인 사회가 된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는 종교를 가지고 있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모태신앙으로 아주 독실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종교의 권위와 억압을 살짝 받아왔었다. 성경은 우리 집안의 진리이고, 이것을 거역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과 같았다. 따라서 내 개인의 의사와 개성, 특성을 존중하기 보다 성경이 먼저가 되었기 때문에, 나는 나의 것을 조금씩 포기하며 어느 부분 맞추어 가는 연습을 하였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지만, 종교가 절대적이다고 주장하고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하는 것은 종교를 가지고 있는 그들의 삶에서의 이야기이다. 다른 삶 나름대로 그들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종교 혹은 그들의 무신론도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말을 하면서도 뜨끔하다. 난 역시 기독교의 이단자인가?ㅜ)
 그런 의미에서, 나는 종교를 갖고 있는 휴머니스트(?)인가?// 신도 인간을 창조하였고, 그들에게 자유를 허락하셨다. 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그들의 행복이 아닐까,하는 생각에서 주장해보았다.(자신없는 건, 나도 확실한 논리가 안 서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다른 삶을 엿 볼 수 있었던 것은 무지 행복했다. 한 층 나의 세계관이 넓혀지는 느낌,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 
 다시 봐도 괜찮을 책. 그리고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각을 갖게 할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