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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책

[즐거운 나의집] 엄마가 되어서 딸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 ,




즐거운 나의 집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푸른숲,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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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하다 .
 멋지다. 
 


 소설을 읽는데 이렇게 한참을 망설였다 페이지를 넘기며, 곱씹고 곱씹어 되뇌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문학을 잘 모르고, 뭐 소설을 감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포인트도 잘 모른다.
 그냥 느낌이 좋고, 그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요즘 다시 책을 읽기로 마음먹고 있는 가운데, 공작가님의 책 그것도 즐거운 나의 집을 첫번째로 선택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정말 흥미로웠고, 정말 재미가 있었다. 소설임에도 한 문장 밑줄 그어가며 거기에 내 의견을 붙여 공감하고 소통하였다. 그만큼 가치로운 책이었다. 

 사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공지영 작가의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혼을 3번 한 것과 자녀들의 이야기 등의 사전 정보를 알았었다. 그 때, 나는 '아내가 결혼했다'와 비슷한 뉘앙스의 소설로 생각을 했으며, 아직은 내 상식선으로 이해를 하려면 노력이 필요한 정도의 비주류의 삶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결혼 한 커플의 1/3이 이혼하는 이 시대에 이혼 가정이 비주류라고 볼 수는 없지만, 세 번은 좀 많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성이 다른 세 남매가 한 엄마로 묶여 가정을 꾸리며 산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삶일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서 우리와 다른 점을 찾아내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인간 사는 삶이 삶인 것이고 생각하는 것이 생각하는 것이다.
 지독하게 이혼 가정이라는 것을 소설에서 나타내려고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북스러웠다.

 아동, 가족을 배우면서 이혼 가족을 포함한 말 그대로 '다양한 가족'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왔기 때문인지,
 이혼의 선택에 따른 그들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사회에서 낙인 찍는 것은 '무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도덕성을 나무라기 때문에.. 조금은 가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입장에 선 시각으로 그려진 소설은 그들의 상황과 마음을 잘 그려내고 있어, 그들의 아픔 고민들이 잘 전달이 되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공작가님의 부모 양육 태도'이다. 
 부모 양육에 관심을 갖고 올인을 정한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이리라 말할 수 있다. 공작가님도 처음부터 자기 자녀를 이렇게 키워야겠다 공부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바탕으로, 즉 부모 자신의 욕심이나 권위보다 자녀의 권익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철저한 아동중심, 인간 중심의 철학을 바탕으로 키워내는 것 같았다.
 그들의 최악의 선택에도 존중을 해주고, 다만 그 선택을 막지 못하고 지켜보았다는 것 만으로 그 책임을 나누게 된다.
 부모가 원하는 방향의 삶이 아니라 자녀가 원하는 삶, 자녀 자신의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부모인 것이다.
 너무 매력적이고 멋있다. 나도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데.... 하면서도, 공작가님도 여러 주위분들에게 흔들리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자신이 없는 부분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사회에서 주로 행해지는 양육, 교육의 방법은 그러하지 않기 때문에.. 성공의 잣대와 남들이 우러러 보는 목표 지점을 포기하기에는 '바보스러운 우직함'이라는 명찰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앗, 그런데 실수다.
 이건 소설이다.
 사실 공작가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세 자녀의 이름도 동명으로 등장하지만..... 그 아무개 작가를 내 마음대로 공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수다. 허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걸, 꼭 기억하라고 했다. 작가의 말에서
 그렇지만 수정하지 않을 것이다. 공작가님은 날 모르시겠지만, 얼마 전에 수업 땡땡이 치고 공작가님의 강연회를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뵈었을 때 사실은 소설 '도가니'에 관한 강연회였겠지만, 대학생이 많았고, 뭐 그런 이유로 대학생을 위한 강연을 하셨었다. 
 그 때 느낄 수 있었던 삶의 가치관과 소설에서 그려지는 아무개 작가의 모습은 너무도 닮아있다. 그래서 공작가님이라고 이입해서 소설을 읽지 않을 수 없었고, 아무리 허구가 섞인 소설이라지만, 기본적인 큰 아웃라인은 거기서 거기일테니... 

 어쨌든 , 너무 마음에 들고 너무 너무 유익한 소설이었다. 
 읽는 동안 내가 위녕이 되어 성숙해가는 것을 느꼈다. 
 위녕은 어린 시절의 엄마의 부재로부터 온 상처였겠지만, 모두들 다른 이유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도 많은 상처를 안고 살게 된다.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상처는 계속 진행중이다. 그 과정 중에 나 자신을 찾아가려는 싸움을 시작했고, 위녕의 경우엔 엄마를 다시 만나 엄마의 적극적인 지지와 인정, 사랑으로 치유의 과정을 걸었지만, 나는.... 책을 읽고, 생각하고, 보고, 듣고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시작한 싸움이라 더 치열하고 처절하였다. 그 고통 만큼 배우는 것이 컸기에 감사할 뿐이고.. 
 상처의 크기는 잴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상처를 잘 아물게 그 상처가 나를 가리우지 못하게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작가님의 위녕을 향한 끝없는 지지와 인정은, 내가 받는 듯한 느낌을 가질 때 성장할 수 있었고, 내가 엄마로부터 아빠로부터 듣고 싶은 말들, 듣고 싶은 변명들, 해명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아무쪼록, 별을 주라고 하면 10점 만점에 11점을 주고 싶은 소설 . 

 


 (09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