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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주저리주저리

다문화사회는 .. 먼 이상이다.



 다문화 사회.
 아주 관심이 많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3학년 때부터 조 과제 주제를 정할 때면 "다문화 가족" 혹은 "결혼 이민자 가족"을 주제로 발표 준비를 했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관심이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렀던 것 같다.

 우선 처음 다문화 가정과의 만남은 대학교 2학년이 되기 전에 학교 방송국 PD를 하면서
 "안녕하세요 로라선생님" 다큐멘터리 촬영이었다. 
 대학교 1,2학년 때 방송국을 하면서, 어떻게 국제 결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련해서 작품을 하나 만들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친구의 이모의 딸이 필리핀 이주여성에게 과외를 받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섭외를 해서 4박 5일정도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필리핀 여성이다보니, 영어를 잘했기 때문에 오히려 집 안에서 경제적인 부분은 아내의 보습학원에서 해결하고 있었고,
 초등학교에 영어 강사로 출강하기까지 하였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고 하지만, 도망가고 싶은 적도 있고, 말 안통해서 답답했던 적도 있었다지만, 그래도 남편이 지지해주고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참고 살 수 있었다고 했다.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고, 말썽꾸러기 남자 아이를 비롯해서 똑똑한 큰 딸, 야무진 막내까지 다른 가정이랑 비교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작품의 기획의도도 역시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특별하고 별난 것이 아니고 또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고, 오히려 우리의 그런 시각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학원 학생들도 필리핀 여성이라고 무시하거나 그런 것 없고, 사촌 조카들도 좋아했었다.
 어쨌든, 거의 난잡하지만 작품 하나를 만들고 나서, 2학년 전공 진입을 했다. 
 
 2학년 전공에서는 기초적인 이론을 배우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그런 것은 없었지만 틈틈히 자원봉사를 통해 다문화 가족 한국어 교육하는 곳에 가서 아이를 돌봐주기도 하고, 보조 선생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후 3학년이 되면서, 가족생활 교육 프로그램도 다문화 중심으로 짜보고, 사회복지개론, 가족 복지론 등 많은 수업에서 다문화 지원센터 혹은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다문화 가족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발표하기도 했었다. 

 졸업학기가 되면서, 졸업작품을 제출하라고 하길래, 아무 의미없는 교구보다 그래도 신경써서 교육적 의미를 부가해서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친구들과 팀을 짰었다. 마침 보육교사 교육원에서 보육 논문 제출을 할 기간과 맞물려서, 프로그램을 하나 짜고 다문화 교육 논문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쨌든 그렇게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다시 준비하면서 보니, 우리 속에 있던 편견들과 부딪히게 되고, 그런 편견들의 기본 이념 속에는 "인간은 모두 같은 인간이다." 외모, 성, 인종, 종교 등으로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시기 적절하게 다큐프라임 초등생활 보고서의 '차별'편을 보게 되었고, 단순히 뚱뚱하다는 이유로 더러울거라는 선입견, 게으르고 바보스러울 거라는 선입견으로 왕따를 아무렇지도 않게 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때, 다문화 가족의 아이들 혹은 다문화 가정이 외모로 인해 받게 될 스트레스 들이 마음 속에 와 닿았다.
 교육 내용을 신중하게 짜고, 어린이집 실행까지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7세 아이들의 경우에도 벌써 편견을 가지고 있고, 흑인은 더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게 충격이었다. 
 가족 얼굴들을 흑인, 백인, 황인으로 제공하고, 구성해보라고 했을 때, 백인은 인기가 많았지만, 흑인은 오히려 꺼려하거나 장난의 대상으로 집었다. 휴 .. 반편견 교육 중에 이런 장면을 목격하게 되니, 참 마음이 안좋고.. 그랬다. 

 계속 관심이 그 쪽으로 흐르다보니, "부부교육"수업에서 프로그램을 하나 짜라고 했을 때, 조 모임에서 강력하게 "다문화 가정의 부부관계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짜보자고 이야기 했다. 사회적인 이슈도 그렇지만, 다문화 가정이 겪을 수 있는 많은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하고, 특히 신혼기에 부부관계가 잘 형성되고 서로간에 문화 차이를 잘 이해한다면, 결혼 적응은 물론 한국 적응도 쉬울 것이고 사회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거라는 기대감이었다. 
 조원들도 대부분 동의했고, 나는 '신혼기' '부부관계 증진'에 초점을 두어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 조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답답하면서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욱하면서 쏘아 붙였다. 
 '혼인 매매'라는 용어까지 쓰며, '결혼 이민 여성은 다 가난한 사람들이다'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아무런 자원이 없을거라는 전제로 느껴지는 말들?
 물론 그렇게 좋게 보이지 않는 과정을 통해 결혼을 하지만, 그런 결혼의 동기는 일일히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고, 모두가 가난하기 때문에 돈을 보고 결혼을 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부자국가인 '한국'에서 꿈꾸는 안락하고 윤택한 삶을 그렸겠지만, 그것이 가난해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거다. 필리핀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점중에 하나도, 내가 한국 사람이기때문에 그 정도의 부유함을 누렸겠구나 싶었던 부분도 많았다. 그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한국의 화폐 가치가 비싸기' 때문인 것이다. 잘 사는 나라에 사는 것 역시 감사한 요소 중에 하나일 수 있고, 그들이 보기에 한국에 가면 그래도 부자로 살겠구나 느꼈겠지만, 그 나라에서 가난하고 빈곤한 삶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빈약한 국가에서 살면서 누릴 수 없었던 자본주의의 혜택 때문이었을 것이다. 
 돈을 가지고 논하자면 끝도 없는 이야기이고, 복잡해지는 경제학 논리도 들어갈 것이고. (읽다 포기한 나쁜 사마리아인들 생각이 나는군)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사람인 것, 그 사람들의 뒷 배경으로 그 사람들을 일률적이게 판단하지 말자는 것. 
 그들이 다른 문화의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의 인정은 좋지만, 당연히 그런 문제점을 갖고 있어야만 할 것이고, 그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전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나?)
 즉, 문화적 배경, 우리랑 다름은 인정하되 그 다름을 문제로 바라보지 말자는 것. 
 그들의 결혼 동기가 불손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고 우리 사회 역시 미성숙하기 때문에 서로 포용하며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때라는 것 . 
 
 나도 내 생각이 정리가 안되지만, 오늘 ... 두가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리가 아프면서, 내가 꿈꾸는 이상이 아주 멀리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이민자는 가난하다고 전제를 까는 부부교육 조원들과 흑인은 더럽다라고 기피현상을 보이는 7살 아이들. 
 다문화 사회. 진짜 그들,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편견에 쩌든 이 사회 . 그냥 짜증이 막막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