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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북] 생태학 개념어 사전

[에코북] 생태학 개념어 사전

어니스트 칼렌바크 지음/ 노태복 옮김/ 에코리브르

2009년 08월 17일 10:23 환경일보 김영애 기자

 

생태 감수성을 깨우는 ‘생태학 가치 사전’

 

에코북갈수록 해외 여행객은 불어나고 관광사업은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산업이 됐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는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근래에는 ‘생태관광 ecotourism’이라는 방법까지 등장했지만 근본 생태주의 입장에서 보면 휴가 기간에 집 근처에 머무는 것이야말로 자연을 가장 적게 훼손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단지 경제성 때문이 아니라 ‘생태적 발자취’를 최소한도로 남기기 위한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음식 공급뿐 아니라 관광도 ‘지역으로 돌아가기’가 필요하다.

 

지구 생명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이 책 ‘생태학 개념어 사전’은 생태학에 근본이 되는 개념들을 압축하고 간추려 소개한 철학 사전이자 가치 사전이다. 책 꼴은 작지만 실제로 품은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생태학은 생물종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학문이며 지구상 모든 생명체들이 맺고 있는 복잡한 관계를 연구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미세한 현미경 차원부터 지구 전체의 순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생태와 관련한 모든 범위를 아우른다.

이 책이 사전으로서 내놓은 표제어는 65가지다.(생태학적 사고에 중요하긴 하지만 별도 항목으로 다뤄지지 않은 단어는 고딕 서체로 강조했다) 그러나 사전 형식을 띠고 있고 있다고 해서 단순히 개념과 지식을 전달하는 백과사전인 것은 아니다. 이 사전에서 독자들은 익숙한 단어를 재해석한 부분을 종종 발견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공기’의 사전적인 뜻은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하층부를 구성하는 무색, 무취의 투명한 기체’이지만 이 책은 공기가 뭇 생명체를 구성하는 필수 물질인 탄소, 질소, 황, 물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 시선을 둔다. 즉 공기가 어떻게 순환계를 꾸려나가는지를 함께 설명한다.

사전에 등재할 어휘에서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가, 혹은 어느 것을 중요 개념으로 다루고 어느 것을 간략하게 다룰 것인가 하는 면에서 완전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사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휘 목록에서 제외된 내용들은 외면받는 운명에 처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다분히 ‘주관적인’ 가치 사전이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추구하는 목표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지구에 대한 사고의 틀 자체를 깨우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과학의 자원을 모두 활용하여 생명이 어떻게 작동하고 우리가 어떻게 그 원리에 알맞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곧 생태학적 사고가 추구하는 목표와 같다.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세상에 공짜 같은 건 없다, 자연이 최후의 승자다!

 

이 책의 저자인 어니스트 칼렌바크는 환경운동가이면서 생태학적인 이상 국가를 그린 소설 ‘에코토피아ecotopia’(1975)의 작가이기도 하다. 21세기 벽두에 많은 에니메이션 광들의 호응을 얻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에코토피아’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소설에서 칼렌바크는 환경 친화적인 삶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 가져올 변화에 방점을 찍는다. ‘생태학 개념어 사전’에 구현된 생태학적 세계관은 이것의 연장선이다. 생태학 지식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지구의 근본을 이루는 모순 상황과 대면하게 된다. 생태학적 사고방식은 좁은 경제 관점과 정반대편에 서 있으며, 이 관점에서 진정한 국민총생산은 산업적인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것이라고 인식한다. 결국 지구의 유일한 생산자인 청록색 박테리아가 생산의 근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독자들이 생소하게 여길 만한 개념들도 등장한다. ‘도시생태학’이 그런 사례로서 우리는 대개 도시화와 아파트가 반생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도시생태학에 따르면 오히려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것이 더욱 생태적이다. 이를테면 아파트는 건축 면적이 동일한 독립가옥보다 벽과 천정에 들이는 난방열 에너지를 덜 낭비한다. 물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저에너지(low-energy) 운송 체계를 마련하고, 산업폐기물 배출량이 전무한 산업 체계를 육성해야 한다.이 경우 각 생산과정에서 나온 쓰레기는 다른 생산과정의 원료가 된다.

인간은 지구 역사에서 극히 짧은 시간만 존재해온 개체군이면서도 환경에는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생물종이다. 생태학 용어들을 접할 때 그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 주변의 현상들을 새로운 눈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차츰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을 접하면서 그 개념이 명확해질 것이다. 아울러 오랜 지구 환경의 역사와 생명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접하면서 환경운동의 태동과 경과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어니스트 칼렌바크

 

환경운동가로서 환경 고전이자 문제작인 ‘에코토피아ecotopia’(1975)를 썼다. 거의 100만 권이 팔려나간 이 소설로 생태주의적 이상향인 ‘에코토피아’라는 새로운 개념이 알려졌다. 이 밖에 대표 저서로 ‘물소를 다시 데려오라! Bring Back the Buffalo!’,‘우아하고 쉽게 살아가기 Living Cheaply With Style’,‘신생국 에코토피아 Ecotopia Emerging’가 있다. 영상 매체에 각별한 관심을 쏟으며 캘리포니아 대학 출판부에서 오랫동안 계간 영화지 ‘필름 쿼털리’의 편집진으로 활동했고, 현재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 살면서 세계 곳곳을 다니며 환경 문제를 주제로 강연을 벌이고 있다.

 

옮긴이: 노태복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환경ㆍ생명 운동 관련 시민 단체에서 해외 교류 업무를 맡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생각하는 기계’,‘문더스트’,‘동물에 반대한다’,‘영과 무한 사이 거침없는 숫자 이야기’,‘현대수학사 60 장면’ 들이 있다.

 

환경일보 김영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