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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주저리주저리

신종플루와 대인관계 _


 신종플루가 뭐 별거인가.
 매스컴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어 댔을 때, 들은체 만체 했었다. 
 우선은 나랑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고, 또 다른 이유는 신종플루에 감염이 되었다고 모두가 죽는 병이 아니라, 다른 독감과 비슷하지만 감염 정도가 빠르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니까. 
 
 사실 나도, 올 해 감기를 두 번 앓았는데, 두 번 다 심각하다 생각할 정도였다.
 첫 번째 걸렸던 감기는 오월 쯤에, 열도 심각하게 나고 뭐 거의 패닉 생활을 했었으니까.
 두 번째 신종플루로 한참 떠들어 댈 때, 다행히 열이 없어서 간단하게 집에서 요양 좀 하고 쉬고 나니 자연 치유가 되었었다. 
 
 두 번째 감기가 떨어질 즈음 해서 룸메가 감기를 달고 나타났다.
 증상이 나랑 비슷하기에, 감기인가보다 했지. 그래도 감기니까 서로 전염안되게 조심하고, 아픈 것 같아 챙겨주기도 하고..
 좀 낫는가 싶더니 뜬금없이 오늘 갑자기 문자가 왔다.
 "나 갑자기 열이 나서.. 응급실이야. 신종플루일지도 모른대."

 허얼,
 룸메. 같은 방 . 투룸도 아니고 원룸 .
 갑자기 몰려오는 두려움은 뭘까. 
 그냥 열이 없던 감기에 걸렸을 때는 그냥 불편함 없이 지내다가, 신종플루일지도 모른다고 심지어 의심환자라고 병원에서 얘기했다고 했을 때는 ... 이건 뭥미 . 당장 집에서 쉬라고, 전주 오지말고 푸욱 쉬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사실 그런 뉘앙스로 이야기 하기도 했고,
 친구 아픈게 걱정이 아니라, 당장 감염되고 어쩌고 저쩌고 , 그것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신종 플루'에 걸린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다. 그 말이 타고 타고, 나까지 ... 왕따가 되어버릴까봐.

 9월달 쯔음에, 신종플루 경계 상황에서 영화를 보러 갔는데, 동생이 기침을 좀 심하게 했다고 온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신종플루 아니야?"하는 눈초리였다.
 시험보러 들어가는길에 신종플루 때문에 핸드폰 수거도 건너 뛰고, 손소독은 기본이고.
 대집단 축제 등 사람 많이 모이면 안된다고 소리축제도 취소되고, 발효식품 엑스포도 최소한의 바이어들끼리 치루었다고..
 우리 학교 기숙사에 감염자 2명이 있었다고 했을 때, 남일 같지 않고 그 신종플루가 나한테 올 것만 같았었는데, (사실 만 팔천 학우 중에 2명, 기숙사 1000명 이상 사는 사람 중에 2명 . 그 일로 기숙사 점검 시간에 온도 재러 다니고, 뭐 그랬다는 에피소드)
 오늘 교회에 갔다가, 교회 아는 분이 신종플루에 감염되서 임용고시를 못봤다고, 1년 동안 준비한 시험을 못봤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분의 사정보다 먼저 와 닿는게 같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신종플루에(?) 하는 이기심이 먼저 든다.

 왜 이렇게 '신종플루' 에 벌벌 떨고 있는 것일까. 
 물론 '병'이니까, 당연히 조심해야 하는게 맞는데..
 심지어 블로그나 웹사이트에서 누가 신종플루에 걸렸다고 하면 그 신종플루가 나에게 올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다.
 원래 '건강염려증'이 없잖아 있어서 조금만 아파도 큰 병을 상상하는 엉뚱한 정신 질환을 경미하게 가지고 있는데,
 당장 룸메가 신종플루 의심환자라고 하니까, 그 친구 아픈 것보다 내 건강, 나를 먼저 생각하는게 이기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종플루에 대해서 하는 얘기가 모두들 비슷하다. 독감보다 치사율 낮고, 합병증이나 이런 면역력이 낮아져서 생겨 더 심각해지는거지.. 괜찮다고, 다른 감기나 비슷하다고..
 그런데도, 왜이렇게 찝찝하고 그럴까.
 미안하게 ..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
 모두가 조심해야 하는 것 맞고.
 신종플루가 감염성이 높은 것도 맞고,
 백신이 부족해서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맞고,
 그렇다고 신종플루 때문에 사람이 무서워져서는 안되는거 아닌가.
 2009년 중반기 이후 부터, '신종플루'에 대한 이슈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사망 환자는 몇 명이며, 그래서 총 감염자는 몇명이고.
 가을 독감 유행시즌이 되면서 사망자가 40명이 넘고, 감염자가 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종플루 아니고 그냥 일반 감기 환자는.? 우리 할아버지도 독감으로 돌아가셨다고 하신다. 뭐 옛날이니까, 백신도 부족하고 그랬겠지만, 신종플루 조심해야 한다는건 이제 대 국민이 아는 사실이고 제발 그만 좀 호들갑 떨었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신종플루에 걸린다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정말 상종못할 사람으로 쳐다보는 눈초리로 바라본다면.. 
 
 내가 당장 룸메를 마주쳐서도 안되는 괴물과 같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답답하고 화가 나서 몇 자 적어봤다.
 오늘도 몇 번을 문자를 보냈다. 언제 집에 올거나며, 집에 얼마나 지낼 예정이며,
 당장 수요일날 졸업작품이 있는데 그거 마치고 돌아갈거냐며,
 사실 룸메 입장에서는 감기에 열증상이 있는 거니까, 저번주 아픈 거에 열만 더 나는것일 뿐인데..
 아직 확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이 조심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닌데,
 자기를 그런 이상한 사람, 만나면 안되는 사람, 피해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는 내가 얼마나 미울까.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그래도, 불편할 것 같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