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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공연

[연극 시크릿] 한 순간의 즐거움 뿐 아니라 훈훈한 여운을 남기는 연극 시크릿.






미친 사람들의 미치지 않은 이야기.

 




미친 사람들의 세상에서는 미치지 않은 이야기이고, 미친 세상에서는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미쳤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세상이 미쳤기 때문에 미친 사람이 하나 안 미친 사람이 하나 그게 그거라는 이야기.
마지막에 퇴장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인 것은 절대 비밀’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절대로 연극 속 주인공이 대통령이라는 것은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연극 끝나고 나오는 길에 본 팜플렛에는 이미 대통령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더라고.










시놉시스 

 사랑하는 여인을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인해 떠나 보내는 실연의 아픔으로 그만 미쳐버린 남자, 이광남. 자신을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정신병원 301호 환자이다. 그런 이광남을 데리고 화성택시를 운운하며 장난만을 일삼는 장성만은 대체 증세를 측정할 수 없는 중증똘끼 환자이다. 그 둘의 쇼에는 지켜보며 때로는 같이 놀아주는 발랄푼수 간호사 진선미가 함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병원에 새로운 여의사 서인영이 오는데..







카페 : http://cafe.daum.net/playsecret


# 미친 사람이 하나 안 미친 사람이 하나 그게 그거.

  

‘대통령’이라는 소재, 그게 과대망상, 정신 착란증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모두 신선했다.

  현 시대를 비판하고자 했던 목소리였을텐데, 미친 사람이 대통령이다. 그래서 그가 하는 말은 미친 소리이다. 그렇지만, 미친 사람이 해서 미친 소리가 아니라, 그 이야기 자체가 미쳤기 때문에 미친 소리인 것이다. 미친 사람, 미친 이야기,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이냐. 정상인 사람들이 정하는 것이냐,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정상이라는 것은 또 누가 정하는 것이냐. 결국은 미친 세상 속에서 자신 나름대로 미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런데 조금 힘이 센 사람들, 조금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규정한 것이다.

  2MB가 이야기 하는 미친 소리들은 정신병자가 했을 때도 미친 소리고, 지극히 정상인이라고 취급될 수 있는 대통령이 할 때도 미친 소리라는 것. 미친 사람이 하나 안 미친 사람이 하나 그게 그거.

  연극의 미친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소재, 그냥 단순히 대통령 놀이가 아니라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미친 소리냐 안 미친 소리냐를 두고 생각해 볼 때, 충분히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 미친놈이 시킨다고 하냐, 시키는 놈도 미친 놈, 하는 놈도 미친 놈.
- 나 사실은 미친 척 하는거야. 
- 미친 사람이 두 번 미치겠어. (그렇지, 다른 방향으로 미치는 거지)
- 미쳐서 하는 이야기.
- 미치지 않은 이야기. 


 

# 모든 병은 마음으로부터.

 


이광남씨의 병도 역시 마음으로부터 오는 병이다. 정신착란, 과대망상은 마음 속의 긴장이 억압되고 억압되어 결국 표출 되는 방식이 이런 방식이다.

 나는 사람의 어떤 행동이든 그 나름대로의 ‘생존 방식’으로 해석한다. 이광남씨의 정신병세도 역시 ‘생존 방식’ 중 하나인 것이다. 그가 살고자 하는 마음에, 그의 마음이 편한대로 선택한 것이 정신병이라는 것이다.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생존 방식 역시 건강할텐데, 이광남씨는 마음이 많이 약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병원에 처음 올 때도 조금만 있다가 가겠다고 한다. 조금만 쉬었다가 가겠다고. 긴장과 스트레스로 모든 사람에게는 쉼이 필요한데, 이광남씨의 쉼터는 정신병원이었던 모양이다. 나의 쉼터가 집이고 집이 충분히 쉼터의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이고, 이광남씨는 집과 주변 사람, 환경에서 쉼터의 역할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정신병원에서 쉼을 찾았던 것이다. 이상한 눈으로 편견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필요가 없다. 우리도 우리 주변의 환경에서 쉼터의 역할이 잘 되지 않으면, 더 나은 쉼터를 찾기 위해 내 몸이 내 정신이 반응할테니까.

 

# 사람들은 각기 자기 방식대로 미쳐 산다


하나님과 대통령.

다른 병실 환자가 와서 비서실장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 한다. ‘사실은 내가 하나님이야.’

그들은 같은 병원에서 같은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세상은 달랐다. 그들은 소통할 수 있지만, 그들 안에 그들의 방식은 다른 것이다. 누구에게는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망상이 필요한 것이고, 누구에게는 자신이 하나님이라는 망상이 그의 방식인 것이다.

국회의원도 장관도, 대통령도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던 이광남씨에게는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할 것이다. 아무리 하나님이 높다고 그에게 하나님이라고 이야기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거다. 그에게는 높고 낮음, 귀하고 천함이 중요한게 아니라, 진짜 ‘대통령’이고 싶은 마음이 더 중요하다. 왜 그런 마음을 갖게 되고, 그 ‘대통령’이 갖는 그의 삶에서의 의미.

 



 극을 보면서, 가족상담에서 배운 ‘이야기 치료’가 생각이 났다. 삶에 의미를 찾는 ‘정체성 질문’.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라는 질문과 ‘정체성’ 즉, 왜? 라는 질문의 반복을 통해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한 마디의 말에 수 만가지 수 천가지의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그 한 마디 말에서 비치는 수 많은 장면들이 있을 수 있다.

 연극의 매력은 한 마디의 말에서 수 많은 장면을 잡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연극이란, 사람의 상상력, 사고력을 자극해 내가 상상해내고 그릴 수 있는 그림이 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크릿’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연극이고, 내가 80분의 연극을 보고 그릴 수 있는 세상이 넓어지는 연극이다.

 

 관객과 소통하는 연극.

소극장 연극의 묘미 중 하나가 관객을 얼마나 참여시키고 연극 속으로 끌어들이느냐이다. 시크릿은 비서실장, 김의원, 박의원 등의 동원을 통해 관객을 참여시키고,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한다. 흐름을 끊기지 않고 순간 순간의 애드립으로 함께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삶에 좋은 의미를 주는 연극.

‘세상을 원망하지 마라. 세상 속에는 숨쉬는 공기가 있고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

미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래서 세상이 죽도로 미치도록 밉겠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만 한 곳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세상 속에는 희망과 사랑, 관심이 남아 있기 때문아닐까.

 

 

오랜만에, 연극을 보면서 즐거웠다. 유쾌했다. 그리고 훈훈했다.

좋은 연극을 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 순간의 즐거움, 유쾌함 뿐 아니라 마음 속에 머릿 속에 여러 가지 생각, 여운을 남긴다. 시크릿 또한 나에게 그랬던 것 같다.

기분 전환 좀 해 볼까 해서, 마음 껏 웃고 마음껏 즐기고 싶어서 신청했던 이벤트였는데, 생각외로 나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Thanks God, :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