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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영어공부하기

[필리핀 어학연수] 09 01 21 수요일


 매번 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하루 하루 시간가는게 두렵다."

 하루 시간 가는게 지금도 두렵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2달의 시간,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인데 지나갈 때마다 아깝다 아깝다, 무섭다 하면서 보내는게 또 과연 잘하고 있는 생각일까라는 궁금증도 든다.

 오늘 크리스 시간에 왕창 열이 받아서 미치는 줄 알았다.
 어제 루즈한 수업으로 한참을 얘기하다가 답이 나오지 않아 head teacher한테 조언을 좀 구했다.
 크리스가 발음도 좋고 잘 가르쳐 주는데, 수업이 좀 루즈하다. 이 책은 어떻게 썼으면 좋겠냐.. 라는 식으로.
 그래서 오늘 헤드티쳐가 관찰을 했는데 크리스는 단번에 끝말잇기를 시작한다.
 
 정말 끝말잇기가 왠말인가, 내가 영어만 제대로 잘 할 수 있었으면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버럭 화를 냈을텐데, 아무 말 없이 그저 끝말잇기만 했을 뿐이다. head teacher가 옆에 있다고 이렇게 달라질수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헤드티쳐를 부른 이유는 다른 것이니깐 그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얻어야 하는게 맞는 거 아닌가. 아무튼 너무 짜증이 났다.

 크리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짤릴게 걱정이 되는 것이고, 그래서 어떻게든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고, 내가 그런 식으로 무뚝뚝하게 대답하니까 자신도 어쩔 줄 몰라 당황했을 뿐이고, 일기장에는 후회했다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을 뿐이고, 헤드티처 앞에서 그런 내용을 읽으려니 짜증났을 뿐이고. 다 알겠는데, 그래도 좀 더 현명한 처신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모르겠다. 걱정된다. 크리스가 안쓰럽고 불쌍하기도 하다. 괜히 나같은 학생을 만나서 까다롭게 굴고, 괜히 매니져에 헤드티쳐까지 끌어드려서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나도 이런 내 모습이 싫지만, 가끔은 완벽주의적인 성격인 것 같아 스트레스가 되지만, 나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고, 그 일로 기분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니깐 할 수 있었던 행동과 기분들이라고 생각한다. 후회하지 말자 그 순간을.

  3주차가 목요일에 접어서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말 짧고도 짧은 시간이다. 너무 빨리 지나가서 후회되는 순간들도 많다. 내가 뭐하고 있나 회의감도 들고, 두렵기도 하고, 너무너무 갑갑하고 짜증나는 마음도 든다. 스피킹, 리스닝 얼마나 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 이것 저것 헤메느라 보내는 시간도 너무 아깝고.

 운동하는 시간도 점점 아까워지려고 한다. 한 순간 한 순간 아까워지려고 하면서, 내가 어느 곳에 최선을 다하고 온 정성을 다해야하는 것일까.

 그 순간을 기억하자. 프리토킹 할 때 숙대에들한테 기죽었던 거랑 놀이치료 상담 비디오 볼 때 멍때리고 있었던 거랑. 그 때 그 순간.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해 명확히 알려주는 순간이니깐,



 앞으로 원서든 무엇이든 보면서 훈련하기엔 충분한 스킬 있을거라고 생각해.
 듣기, 스피킹 확실히 늘려가야지. 보캐도 좀 늘려서, 잘 들릴 수 있게 연습하고!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난 잘 할거야. 잘할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