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日記

2014-4-19, 세월호 침몰과 고난주간 ...

 

 

 

 마음이 먹먹하고 아프고, 애통하고 ...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땐 뭔가 모를 희망,

 200여명의 아이들이... 살아서 돌아올 것만 같아서,

 일찍 슬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최대한 미루고 미루고 .... 구조가 잘 되겠지.... 그런 희망,

 

 

 목요일까지만해도 ..... 그렇게 미적미적 대처하는 것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고난주간이라고 미디어 금식한다며 페북을 끊고, 네이버 탑에 오른 실종 관련 기사만 보고 있었기 때문에..

 금요일 새벽이 되어서야 실감했다.. 아, 48시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선실 진입을 못하면 ... 아이들은....

 

 새벽 기도에서 목사님 기도제목을 듣고 칠흑과 같은 어두움 속에 죽었는지 살아있는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정말, 살려달라고.... 제발 하나님 그 아이들을 내버려두지 마시고 지켜주시고 보호해달라고...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참 많은 생각이 오가는 하루였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이 이루어진 성 금요일.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 300명 가까이의 사람들의 목숨을 왜 구하실 수도 있었을텐데,

 내버려두셨을까?

 그 아이들의 잘못일까? 누구의 잘못으로 인한 그 아이들의 희생일까?

 죄가 크다면 그 아이들의 죄가 컸을까?

 

 그 아이들의 죄로 인한 심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하다. 그렇다면 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멀쩡히 살아 걸어나오는 일은 없었을테니까, 그들의 구조를 내버려두지 않으셨을테니까..

 

 

 세월호의 침몰은 하나님의 심판의 때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그림도 보여주신다.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정말 부르짖으며 기도하지만, '기적의 하나님'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고 계신다.

 철야 때 이 문제를 놓고 기도를 하는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그런 기도가 들려온다.

 "기적의 하나님! 기적을 보여주옵소서!"

 나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을 할 뻔 했던 것 같다.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그 아이들을 살려주옵소서."

 어떤 친구가 그런 얘기를 했다. '한 명이라도 살아 돌아오면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그렇지 않으면 신은 없는거다."

 원망의 말로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라 더 큰 계획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기도로 인해 한 사람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무고한 희생이 이루어진 것을 통해 하나님이 드러내고자 하시는 메시지가 드러나는 것.

 기적을 이루면 하나님이 계시고, 이루지 않으면 하나님이 없다는 논리는 '기복주의'의 또 다른 모습. 진짜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아닌 것,

 어제 밤에는 정말 엎드려 눈물로 그 영혼에 대한 안타까움과... 혹시라도 살아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구조가 원활히 되어서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부르짖었다. 하나님은 능히 죽었던 사람들도 살릴 수 있다는데... 하나님의 뜻이라면 부활의 역사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

 그러다가 기도의 끝은 '하나님, 하나님의 뜻이 무엇입니까? 왜 이런 일을 허락하셨습니까?'

 

 부활주일인데, 내가 마냥 나의 구원을 위해 기뻐할 수 있을까?

 감사와 평안, 은혜의 종교 안에서 그것을 누리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부활 주일이 이렇게 마음이 무겁고, 어려웠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모태신앙이어서 28번째 부활주일을 맞는 거겠지만, '고난 주간이 지나면 부활주일이 오고, 의식적으로 경건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또 좋은 결말이 있을거야'라는 믿음에 진지함이 없었다.

 부활주일이지만, 나에게는 생명을 허락하셨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죽음으로 내버려두셨다는 것이 마음이 엄청 찢어지도록 아프다.

 

 300명의 사고자에 대한 구원과 심판을 왈거왈부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심판의 날에, 인간의 어떠한 기술과 돈과 노력으로 죽음을 건질 수 없는 그 때의 모습이 너무 절실히 보이는 것 같다.

 심판의 날에... 내가 부활의 생명의 역사를 누린다고 기쁠 수 있을까? 마냥 천국에 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죽음 앞에 묵묵히 죽어갈 수 밖에 없는 영혼에 대한 안타까움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 그 끝 날에 어떤 기분일지 조금은 ...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아주 아주 아주 조금은 ..........

 살아 돌아온 구조자들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다행이다고, 새 생명을 받은거니까 열심히 살라고, 은혜로 누리고 살라고 얘기해줘야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

 아마 평생....... 그들의 생명에 대한 부담감으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주님, 주님..........

 

 이번 일을 통해 느낀 두 번째는 '선장의 책임'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나머지 사람들의 신음소리와 울부짖음을 뒤로하고 구조선에 몸을 실었을 그..

 자신의 목숨은 자기에게 있어서 천하보다 귀하겠지.......

 자기 목숨은 얻었을 수 있지만, 300명의 목숨은 잃게 되었지...;

 문득 생각나는 말씀이 있었다.

 "무릇 자기 목숨을 보전하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요 잃는 자는 살리라(눅17:33)"

 - 본 뜻이 이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나의 것만 챙기는 사람은 심판의 때에 살아도 산 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

 다른 사람을 살리고자 했던 사람은 죽었지만 그 죽음이 영광이 있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는 것 처럼, 죽어야 산다는 말씀이 이런 것 같았다.

 내가 나의 욕심, 나의 것을 취하려고 이 세상에서 발버둥치다가 놓치게 되는 생명들을.... 나중에 심판의 날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나 또한 선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맡은 15명의 아이들 / 그리고 교회에서는 팀원을 케어하는 간사로서..

 한 영혼 한 영혼, 내가 먼저 살겠다고 그들을 죽음의 길에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봤다.

 최근에 너무 일이 부담스럽고 어려워서 '나 편한대로 그냥 대충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가..

 어떤 팀원 오빠와의 이야기를 통해 깨닫고, '잘하였도다 충성된 종아' 칭찬은 못받겠구나 싶어서 정신차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 날 아침에 세월호 일이 터진 것이다.

 

 하나님이 나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 같았다.

 '한나야, 인생 그렇게 살면 안된다.'

 생명을 그냥 내버려두면 안된다.

 죽음의 자리에 있게 놔두고, 너 혼자 살려고 하면 안된다.

 

 너무 섬뜩하고 무서웠다.

 

 팀원 한 명이 1년 동안 준비한 시험에서 떨어지고, 앞으로 교회 안오겠다고 하다가...

 대전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한 번은 봐야겠다 싶어서 약속을 잡았다.

 새벽기도 후 한 시간이라도 차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약속을 잡았지만, 내 마음에는 자고 싶은 욕구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때 번뜩했던 마음이 ... '내가 이 팀원을 그냥 내버려두면, 대전에 가서 어떤 힘든 삶을 살고, 암흑과 같은 삶을 살게 될지 모르는데..'라는 부담감으로 만났다.

 그 날 새벽에 나에게 맡기신 일에 대한 책임감을 다시 느끼면서, 하나님이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일을 열심히 감당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는 '선장'이다.

 사람을 살려야 하고, 사람을 위해야하고 ...

 그 직무 보다 나의 목숨을 더 귀히 여기는 것은 심판의 때에 마땅히 처벌 받게 되는 '죄'이다.

 

 난 , 내가 편하고자 하는게 '왜 죄야?'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당장 몸이 곤하고 정신이 쇠약해지고.. 스트레스가 많은데...

 어떻게 이 모든걸 다해?

 하나님도 내가 마음 평안히 내려놓길 원하실거야... 이런 생각으로 합리화를 했던 것..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 정말 확실히 깨달았다.

 '평안히 내려놓고 예수님의 힘(십자가)으로 감당하는 것과

  마음 편안히 내려놓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예수님의 힘은 고난이지만 '능력'이 있다. 생명을 살리는 능력,

 그러나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힘'이 들지 않는 대신 아무 능력도 나타나지 않는다. 죽음의 길에 방치하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원하시는 하나님의 일은 무엇일까?

 생명을 살리기 원하시는 것.

 평생 가슴 속에 새기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일을 맡게되더라도 내 삶의 기준에서 우선순위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 되어야 한다.

 

 

 

 

 아직도 배 안에 있을 260여명의 실종자를 위해 ..... 기도하며 .....

 예수님의 은혜를 구합니다.

 

 

 

'나의 이야기 > 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많이 건강해진 보라 ^^  (0) 2014.08.10
이야기 치료 기초교육  (2) 2014.08.09
2014.02.19 졸업  (0) 2014.02.21
20131229 마지막 한몸이죠, 한 해 결산, 지혜  (0) 2013.12.29
2013 12 12  (0) 201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