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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지혜/어린이집 이야기

[영아전문가과정] 바뀐 나 확인하기

 

 마지막 수업,

 

 영아 전문가 과정을 들으면서,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던 이상적인 보육에 대한 생각이나 이론들이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 느낄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이수증을 받는데,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면서..

 7주의 과정을 통해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초임이고, 또 막내이고..

 다른 선생님들이 보기엔 내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나름대로 보육 철학이 있고 ... 또 하고 싶은 상호작용이 있는데...

 기존에 하셨던 방식에 많이 맞추다보니 짜증이 났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모르겠다.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장 행복하고 뭐 모르고 좋아야 할 시기에 집단 보육이라는 이름하에 아이들에게 즐거움이나 편안함을 뺏는게 바람직한건지..

 끝까지 고민하고 안고 가야 할 문제이지만 ...

 나의 고민을 들어주시고, 끝에는 칭찬을 해주셨던 강사님께 감사할 따름 .

 

 교사로서 전문성 인식이나, 또 효능감도 낮아질 뻔 했었는데.. 교육을 듣고 난 후에 그런게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예전에 영아 놀이 상호작용 비디오를 찍어 보여주면서도 나도 민망하고 부끄러웠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놀이 지원을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해주셔 매우 기분이 좋았었는데!

 오늘도 나의 문제 해결 상황을 보시고, 아이들의 욕구를 잘이해하고 대체 활동을 풀어서 지원하고 있다고 칭찬해주셔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음!

 

 인정하는 말이 나에게 중요했구나.

 

 교실에서는 실수도 많고, 아이들 통솔 잘 못하는 무능한 교사처럼 비춰지는 것 같아 우울할 때도 있지만..

 물론 안전이 제일 중요한거니까, 그것부터 챙겨야 하는 건 맞지만,

 나 나름대로의 이유가 무시되는건 정말 못견디게 힘들고 싫은 것 같다.

 

 남들보다 2년 더 공부하겠다고 대학원 갔던 보람이 물거품으로 되는 것 같아서..

 안그래도 배운거 없는 것 같아서 싫었는데,

 그게 사실화 되는 것 같아서...

 힘들었던 모양이다.

 

 초심,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게..

 영아든 유아든 보육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교사의 뜻'대로 움직이는게 가장 편하고 효율적인 보육이겠지만,

 내가 추구하는 보육은 다소 교사가 불편하고 귀찮더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수용해주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보육이었다.

 

 마지막 교육을 끝으로 내린 결론도,

 아이의 개별적인 욕구가 매우 중요하고, 그것을 반영하여 편안한 상황을 만들어주는게 교사의 가장 큰 역할인건 분명하지만,

 집단 보육 안에서 효율적으로, 또 융통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어져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사의 역량인 것 같다는 생각.

 

 집단 보육이 적절한 연령이 아님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보육을 해야한다면,

 그들에게 최선의 시간을 주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강사님 말씀대로 그 아이들에게는 집단 보육이라는 현실만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삶인 것..

 충분히 잘 풀어주고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으면 이 문제는 커가면서 언젠간 나타날 것이라는 것!

 

 

 

 굉장히 많은 인사이트들을 받았는데,

 (난 진짜 글을 쓰면서 글이 아니라 말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음. 끝도 없이 길어짐 ㅋㅋㅋ / 아마 강의를 하게 되면 수업시간 넘기는 강사가 될 듯 ㅋㅋㅋ)

 

 솔직히 아이들 보육하면서 '안돼!' '하지마'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갑자기 아이들이 누구를 밀거나 때리거나 꼬집는 상황에서,

 위험한 행동인줄 알면서 재미를 위해 계속 반복하거나,

 물이 아까운데, 또 옷도 버리는데 물놀이를 하거나..

 벽이나 바닥에 낙서를 하거나, 

 밥을 먹으면서 손으로 집어 먹거나,

 교실 내에서 막 뛰어다니거나 ,

 정말 하루에도 "안돼!"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수천번은 일어나는 것 같다.

 가끔은 그런 상황이 교사를 화나게도 하고, 욱하게도 하는 것 같다.

 

 강사님 말씀에, 아이들은 그 시기에 교사의 모습을 보고 배우는데..

 교사가 화를 처리하고, 교사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때 하는 행동을 보고 아이들도 화를 처리하거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배운다고 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다른 친구를 밀었을 때, 교사가 과하게 욱하면서 "그건 나쁜거야. 잘못했어? 안했어?"라며 다그치고 화를 내면,

 그 아이는 누군가 자기에게 잘못을 할 때 화를 내야겠구나를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가 "00가 친구를 밀어서 다른 친구가 속상하대. 00는 이런 이유 때문에 속이 상해서 친구를 밀었구나. 그런데 밀지 않고, '빌려줄래?'라고 얘기하면 친구도 양보 할 수도 있대. 친구가 안빌려주면, 기다려보자. 선생님한테 도와달라고 말해도 좋아."라며 그 상황에서 자세히 풀어 감정을 수용하고 받아주면서 이야기하면 누군가가 자기에게 잘못했을때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의 화에 대해 조절하는걸 배우게 될 것이다.

 아이가 다른 아이를 밀고 때리는 행동에만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그 아이가 앞으로 화를 다뤄가야하는 방법을 어떻게 건강하게 가르칠것인가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밀고 때리는 습관은 영아 때는 자연스럽게 나타나지만 유아가 되면서 어느 정도 사라지기도 한다. (물론 다르게 부정적인 상호작용이 나타나겠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순간 올라오는 화를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아들은 몸이 먼저 나가는건데..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그렇게 과격하게 친구를 밀치고 때리는 것은 어느 정도 사그러든다. 그런데 그 시기에 배운 화를 처리하는 방법은 아마 평생 갈 것이다.

 

 성인이 싫은건, 아이들에게도 피할 수 있게 해줘라.

 누군가가 다짜고짜 화를 내고 성질을 낸다면 당연히 불쾌하지 않을까?

 아무리 내가 잘못한 상황이더라도 그 잘못만 가지고 지적한다면 잘못한 것을 뉘우치기 전에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들어 그 지적한 사람에게 미운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아이들이 쉽게 잊는다고 그 시기를 쉽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참 아이들을 보면 볼수록 신기한 것 같다.

 처음에 "안돼!" "하지마"라는 말을 할 때보다 조금은 길지만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편하게 대응을 하니까 아이들이 훨씬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다른 친구가 장난감을 뺏기만하면 소리를 꽥 지르던 아이에게 평정심을 가지고 "00야 장난감을 뺏겨서 속상했어? ㅁㅁ야, 이 장난감은 00가 먼저 가지고 놀던거래. 이거 뺏겨서 너무 화가 났대. 다시 돌려줄까? 00야, 친구도 이거 가지고 놀고 싶었나봐. 같이 놀 수 있는거야. 00가 먼저 놀고, ㅁㅁ한테 빌려주자. 그리고, 소리지르지 않아도 괜찮아. 소리를 지르면 다른 친구들도 깜짝 놀라고, 선생님도 귀가 아팠어. 다음엔 소리 지르지 않고 선생님한테 도와달라고 얘기할 수 있겠니?"라고 말하면, 말이 길어서 그런지 애들이 숙연해진다.

 그리고 상황도 생각보다 쉽게 종결된다.

 만1세(어린이집 나이로 10년생) 정도 되고 지금이 10월 말이니까 친구 장난감을 뺏으면 안되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욕구는 언제나 남아있겠지만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다시 돌려주라고 하는 말을 쉽게 수긍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 어린이집 애들이 착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통하지 않을까 싶다.

 

 

 

 집단 보육, 너무 어렵다.

 솔직한 마음으로 .... 진짜 좋은 시설에 가서 1:3이나 교사대 아동비율이 확 낮은 곳에서 질 높은 보육을 하고 싶다.

 만1세 5명. 후반기가 되면 괜찮겠지만, 솔직히 버거운 숫자다.

 그럼에도 그 상황에서 어떻게 잘 풀어가며 아이와 교사가 서로 윈윈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해야겠다.

 

 

 

 

 

 감사합니다. 좋은 교육 들을 수 있게 해주셔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