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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책

[변신] 카프카 소설, 의미심장한데..

변신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 (문학동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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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벌레 책 , 
 벌레라는 말이 갑자기 무서워지는 건 왜 일까.
 오랜만에 읽어보았다. 고전인 것 같기도 하고, 오래 전에 출판 된 책이어서 의미가 있겠지 하는 마음에 기대하고 샀는데, 
 생각보다 단순한 내용 전개와, 예상 외의 가족들의 반응 등으로 썩 유쾌하지 못하게 읽었던 것 같다.

 내용은 말 그대로 변신이다.
 한 가정의 가장 역할을 해 온 그레고르가 자고 일어나 보니 갑충으로 변신해 있었다. 한 챕터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일하러 가지 못해 지배인이 와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그 후의 챕터는 가족들의 반응들과 그의 생활 모습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생각했던 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은 아무리 벌레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주고 또 다정하게 말을 걸어 외롭지 않게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가족의 모습은 너무 삭막하다. 벌레로 변신해있는 모습 조차 바라보지 못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나서 거의 졸도를 하는 어머니,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먹을 것을 가져다 주는 배려심 깊은 동생이 있지만, 전개가 될 수록 자신의 일에 치여 가족들은 그를 외면하고, 한 방에 가두어 문을 여는 것 조차 신경쓰는 그런 상태가 된다.
 사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소설이면서 단순한 내용 전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So, What이었다. 오히려 엮은 이의 말을 보면서 더 생각할 것이 많았던 것 같다. (아, 아직 내가 문학 작품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하구나 깨달을 수 있었던 기회)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 동안 그레고르는 돈벌어주는 기계였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 대신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벌어왔고, 오로지 일만을 생각하며 헌신적으로 일을 해 온 일벌레였다. 그런 그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의 관계에서 지냈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 관계에서 지내왔던 것이라는 거다. 돈 벌어다주는 기계가 돈을 벌어다 줄 수 없는 불구가 되었을 때의 가족의 반응들, 인간을 인간답게 대하지 못했던 것, 가족 구성원으로 그를 받아들이는 것이 그토록 힘들었던 것은 '돈 버는 기계'였던 그의 기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씁쓸하면서 마음이 짠해지는 그런 책.
 사과 폭탄 세례를 맞기도 하고, 그의 죽음에 감사 기도를 드리는 그의 가족들, 점점 먹을 것을 던져놓고 쓸어내는 등 먼지 구석에서 살아도 그에게 관심 하나 보이지 않는 그들의 가족의 모습에서 그가 돈 버는 기계 이상의 것이었다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니, 이 책이 주는 시사점, 그리고 내용들은 풍부했다. 
 
 따뜻한 책은 아니지만, 따뜻한 생각을 자극했던 그런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