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고듣고느낌/책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여자는, 혼자 있어봐야 한다!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플로렌스포크 (푸른숲, 2009년)
상세보기






 
 미술관에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궁금한 마음에 책을 폈다. 
 왜 하필 미술관일까, 왜 하필 혼자인 여자일까, 책 제목에 무언가 의미심장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 호기심이 나를 이 책에 푹 빠져들게 했다.



 

 

 사실 책이 내가 원하는 책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다.
 지극히 페미니즘이 강하고, '여자'로 살아가는데 불리한 사회의 고발, 왜 여자는 이런 사회에 순응하면서 살고 있을까 하는 회의 등 수 많은 사례들을 내세우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도 여자이고, 여자가 똑같이 존중받고 행복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전제에 백퍼센트 동의를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의 앞 부분의 내용에 지나치게 강조하며 적혀 있는 비판적인 문체는 나와 많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스스로 행복해지고자 꺼내 든 심리 치유 에세이'였기 때문에...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여자는 혼자가 되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남과 함께 특히 남자에게 의존해서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은 전혀 행복하지 못하고 자신 스스로의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아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혼자 있어봐야 하는, 단순히 외로움의 문제가 아닌 고독을 즐기고 혼자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의 충분한 의미를 이 책이 설명하고 있고, 이 책을 읽은 후 혼자있다는 것 자체가 전혀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며 자신의 삶을 찾는 첫 발걸음이라는 자신감을 부여한다. 
 
 왜 여자들이 화장실을 둘이서 가려고 할까? 왜 여자들은 혼자 있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할까?
 처음에 이 질문에 대해 풀어 쓴 부분을 읽고 있을 때, 난 아닌데? 라고 대답했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니 나도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로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아주 기본적인 부분에서-) 
 
 저번 학기에 학점교류 학생으로 혼자서 서울에 한 학기동안 지냈었다. 물론 친구도 사귀고, 같이 갔던 친구도 있었지만 그 한 학기는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고, 나에게 주는 선물과 같은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학기에 학교에 돌아와 수업을 듣는데, 평소때와 같이 다른 친구들이 있지만 혼자 앉아서 앞에서 수업을 듣곤 했었다. 그게 자연스러웠고, 그게 수업에 집중하기 더 편했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수업에서 혼자 앉아 있는 것보다 친구랑 같이 앉아 있는 것이 덜 뻘줌하고, 혼자라는것이 친구가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수치심이 생겨서 그 후론 친구가 없이는 참 불안해 했던 것 같다.
 왜 여자들은, 혼자인것이 부끄러울까. - 이것은 대중매체의 영향, 자존감이 손상된 자기가 숨어있을 때, 사회 문화적인 제한, 정체성 형성 등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내가 나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평범한 어느 날 평범하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통찰이 우리를 깨우는 것, 그 전엔 암시였던 것이 무엇인지 의식적으로 깨닫는 것.
 그것은 바로 나는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피조물과는 다르다는 깨달음이 깔려있다.


 자기를 찾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self)'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고, 꼭 간직해야 하는 보물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이 '자기'를 잃고 지낸다. 이 책은 자기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실제 사례들이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만화 영화 '삐삐'에 대한 것,
 고아이면서 아주 힘이 센 삐삐는 항상 당당하다. 규칙, 법, 관습에 규제받지 않고 상상력이 이끄는대로 자유롭게 사는 모습인데, 이 모습은 여자들이 닮아야 할 여성상이라고 본다.
 어린시절을 돌아보고, 자신의 모습으로 통합하는 과정도 분명히 필요한 것이다. 손상된 자아 부분을 과거로부터 떨어뜨려 놓고 어린 시절의 자신 모습과 자신을 분리하는 연습을 통해 더욱 성숙한 성인으로, 여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타인과 관계 맺기 

 자신을 알았으면,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 책은 순서대로 내가 세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한 스텝씩 한 스텝씩 인도하고 있다.
 거울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청소년과 아이의 비유에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어린 아이는 자신을 비판하지 않고 솔직하고 자유롭게, 단지 거울을 보면서 살아있는 자신을 느끼지만 / 청소년은 끊임없이 타인으로부터 자기가 괜찮다는 확인을 들으려고 한다.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과 자신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는 가족이라는 둥지 안에 있다. 사랑, 공포, 따스함, 차가움을 모두 경험한다.
 사랑을 할 수 있는 아이의 능력은 눈이 부시다. 겪는 고통이 무엇이든 간에 아이의 사랑은 끈질기다. 아이는 부모에게 충성할 것이다. 부모중 최소한 한 사람에게라도 말이다. 아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고 그리고 필사적으로 잊으려고 애쓰면서 자기에게 가해진 거짓말과 약속의 불이행과 폭력을 용서한다. 아이는 자신을 학대한 사람까지도 용서한다. 용서하지 못하는 오직 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여자들은 많은 사회, 문화적인 학습으로 인해 아이다운 모습을 잃고 지낸다. 아이 때 상처들 아이 때 받지 못한 애정의 결핍들은 남아 있는 채, 여자다움, 착한 여자 아이로 자라는 것이 그들의 성공이라고 믿고 자신의 모습을 포기하게 된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남자에게 기대어 의존함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자신이 아닌 남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게 된다.

 자기 자신에게 한 가장 큰 잘못은 "사람들의 기대나 인정에 맞춰 살아가느라 자신을 위해 살아갈 힘을 남겨놓지 않은 것임"이라고 대답했던 한 여인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위해 살아갈 힘이 없다.

 나 역시도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번 학기를 아주 환상의 한 학기로 추억한다. 너무 행복했고, 너무 좋았다고... 그 역시도 이 책과 같은 맥락이었던 것 같다.
 남들이 보기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다가, 나 스스로 혼자 지내고 살면서 많은 것을 탐색할 수 있었고, 나 스스로를 너무 잘 알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도전을 받았으면 좋겠다.
 다만, 아쉬운 점은 혼자라는 것이 단순히 애인이 없는 상태, 친구가 없는 상태인 '고립'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런 오해가 없길 바란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뒷 부분에서 나오는 입양하는 여자, 끝까지 혼자 살겠다고 결심하는 여자, 이혼하는 여자, 혼자서 정자 은행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자 등의 사례를 보며 혼자 사는 것이 남자 없이 살라는 의미인가 혼동이 되기도 했었다.
 이 저자도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단순이 옆에 사람이 필요해 옆에 사람을 두지 말라는 이야기일 뿐, 
 
 
 마침내 자신을 찾고 난 후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확신이 난 후에 더 이상 남자의 지적인 면모에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화나 절망이 없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혼 하고 7년 동안 혼자서 자신을 찾은 후에 7년 후 재회를 한 후 더 잘 살게 되었다는 한 사례에서 찾은 인용구다.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면 비로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