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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책

[7/100] 사람 풍경 / 내 마음의 풍경을 돌아보게 하는 책,

사람풍경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형경 (예담,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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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착한 책이다.

최근 들어 내 심리에 대해 뜯어 보며, 나를 분석하는데 맛을 들이고 있었는데,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가끔, 이상행동이 나올 때 왜 이럴까의 궁금은 있었지만,
 이제 들어왔던 풍월로의 심리 탐색은 끝이 났으니깐, 
 그 때 이 책을 만난 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시험 기간에 처음으로 이 책을 들었다.
 이 곳 저곳에서 추천하는 책들을 다이어리에 쭉 써놓고,
 우선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쭈욱 빌렸던 것이 이것.
 그 동안, 시험기간에 더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마음을 누르고 공부에만 집중했던 내가,
 책을 더 읽고 싶어한다는데, 정말 좋은 발전인데 뭐하러 누르겠냐는 마음으로,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갔었다.

 한참 정신분석을 하고 있었을 때라, 
  여행을 다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풍경을 정신분석학적 입장을 반영해 에세이로 써 놓은 책은 아주 흥미가 있었다.
 학문에서 말하는 정신분석, 심리학과는 또 다른 느낌.
 그 동안 이론위주의 공부였다면, 이론을 실제에 어떻게 적용하고 바라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지침서가 되기도 하였다.
 작가 스스로의 모든 것을 드러내놓으며, 또한 여러 사람들의 모습들을 담아내며 나의 행동에 대해 비추어 볼 수도 있었고, 여러가지로 정말 좋은 기회가 되었다.

 기본적인 감정들에 대한 설명, 또 내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법들, 또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것들..
 뭐든지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의 사랑에 대한 감정이나, 불안, 질투, 시기심에 대한 감정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시험기간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시험 끝나고는 놀러다니느라, 정신이 없어 좀 뜸해 있었다.
 시험기간에는 죽치고 앉아있으니, 오만가지 예전 경험들이 생각나,
 한 두시간씩 자유 연상을 하기도 하고, 정신분석을 통해 어떤 이유에 내가 이런 행동이 일어날지를 이해했는데,
 시험을 마친 후는, 나의 이상적인 행동, 답답한 마음이 들어도.. 진득히 앉아 해결하려는 노력을 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쌓이고 쌓여, 그 전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오랜만에 다시 이 책을 들추어 보았다.
 마지막 남은 10페이지 안짝을 다시 읽어내기 위해서..

 

인간이란 다만 끊임없이 욕망하는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며, 바로 나 자신부터 그렇다는 것을.

 인간과 세상을 보는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삶의 태도에도 변화가 왔다. 유아적 환상에 가득 차 있던 내면 세계에서 빠져 나와 비로소 객관적 실체로서의 외부 현실을 인식하게 된 것 같았다.

 물론 그 모든 심리적인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이제는 그것들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들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으며, 그것들을 조절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인간 정신에 '정상'의 개념은 없으며, 생이란 그 모든 정신의 부조화와 갈등을 끊임없이 조절해 나가는 과정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나의 새로운 변화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을
 작가는 너무 잘 표현하고 있어 감동을 받았던 구절이다.
 나도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니, 내 생각을 내 느낌을 적절한 단어로 표현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는 여담이고,
 예전에 미술치료 수업을 듣는 중에 
 나의 문제들이 속속히 나오자,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다.
 힘든 와중에, 내가 내린 답은 문제를 안다는 것 자체가 해결아니냐는 것이다.
 교수님께, "문제를 알면 된건가요?"라고 물었을 때,
 문제만 안다고 되겠냐는 식의 대답을 하시면서 웃으셨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내 말이 맞는 것 같다.
 문제는 완전히 해결 될 수 없지만,
 해결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고,
 내가 그것에 대해 명백하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조절해 나갈 수 있는 거름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정말 솔직하게 자신을 탐색하는 과정의 여러가지를 책 속에 잘 그려놓았다.
 가끔 아니 종종 나오는 미술품이나 예술 작품에 대한 해석들은,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술렁술렁 넘어갔지만, 어쨌든 작가는 미술품들의 감상을 통해서도 얻었던 영감을, 나는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또한 했다.

 

종교는 자기 실현을 이룰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절대자를 향해 자신을 낮추는 행위를 통해 가장 먼저 나르시시즘을 극복하게 한다. 또한 용기, 승화, 공감, 지지 등 많은 긍정적인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 진정한 자신의 내면과 닿은 다음 정신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도, 존재의 영속성을 인식하는 데도 종교만큼 든든한 '빽'이 없다.

 이 책이 나에게 주었던, 큰 아이디어 중 하나는, 종교에 관한 것이었다.
 모든 것을 덮어놓고 믿으라는 종교의 문제점을 지적해주며, 나의 신앙을 완전히 깨버렸던 그 분.
 그 때, 나는 저항할 힘이 없었기 때문에 원망밖에 할 수 없었다.

 "왜, 덮어 놓고 믿게, 모르고 믿게 내버려두지, 내 마음을 이렇게 들 쑤셔 놓는건데..
  차라리 모르고 믿었을 때가 확실히 편하고 안정되었는데,
  내가 믿던 하나님, 내 삶의 중심이었던 하나님, 나에게 힘 주시고, 용기 주시고, 도전을 주시는 하나님의 존재를 무너뜨려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건데.."

 의존대상이기도 하고, 심하면 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는 '인민의 아편'인 종교.
 지금 생각해보니, 무조건 덮어놓고 믿지 않도록 깨우쳐 주었던 그 오빠한테 고맙기도 하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가지 신앙적인 고민이 있지만,
 진짜 참 신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책에서 얘기한 것처럼 자기 실현을 이룰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건강하게 도달할 수 있게 된 것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 책을 만난 건 참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벌써 두 권이나 다른 친구들에게 선물을 했는데,
 또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

 행복하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