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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책

[아빠 어디가?] 웃는게 웃는게 아닌, 장애를 바라보는 유머.

아빠 어디 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장 루이 푸르니에 (열림원,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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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라는 것이 무조건 슬프다는 편견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이 더더욱 의미가 있다. 대중 매체에서 그려지는 장애의 모습도 부족하고, 비정상적이고, 힘들어서 정상인의 손길이 필요한 존재로만 인식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부족하고, 비정상적이고, 힘든 삶을 사는 존재가 장애인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무조건 동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것.

 '장애’를 그 동안은 불쌍하고 가여운 존재로만 생각하면서 감히 어떤 종류의 유머가 통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도 사람이고, 장애인과 함께 사는 가족들도 사람이다. 그 삶에서 찾을 수 있는 해학과 풍자를 통해 장애를 재조명 할 수 있는 책이다. 장애 아동을 그것도 두 명이나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장애’와 가까이 지내고 있는 사람들의 고충을 잘 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장애 아동을 두 명을 둔 가족의 배경은 드라마에서도 너무 억지스럽기 때문에 설정으로 잡지 않는 최극한의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상황을 그리면서 단순한 동정을 얻기 위한 눈물 자아내는 감동의 드라마가 아니라, 푸르니에는 적절한 톤을 찾아 자신의 특유의 유머와 무심히 툭하고 내던지는 뼈 있는 한마디로 이 작품의 특별한 매력을 발산한다.

  아빠 어디가?

 장애 가족만의 의사소통 방법이 있다. 단순히 어디가냐는 질문이 아니라, 아빠랑 떨어지기 싫다는 마음 표시, 아빠가 너무 좋다는 관심의 표시. 애착은 사람과의 관계의 기본. 애착의 신호는 분리 불안. 아무리 머릿속에 지푸라기가 들어있다지만, 마음은 똑바로 작동하는 것 같다. 


 


 “장애아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

웃으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아니다. 이런 하늘의 선물을 받으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아이구! 이러실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점점 퇴화해 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사진첩이 얇은 가족, 큐브, 퍼즐과 같은 놀잇감을 사주고 싶어도 쓸모가 없기 때문에 놀잇감 사줄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가족, 어버이날 편지를 받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선물 받을 기대 조차 할 수 없는 가족. 희망이라는 단어 조차 사치스러운 가족...

 이 책을 읽으면서 감사하기도 했다. 우리 동생도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 가정은 동생 때문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물론 푸르니에도 마튜와 토니 때문에 행복감, 삶의 이유를 찾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 가족은 동생의 좀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면서, 그 순간의 밝은 순수한 웃음을 남겨두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는다. 얼굴도 퉁퉁 붓고, 정말 못생겼다. 그렇지만 그 순수한 웃음을 보면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을 주는 얼굴이기 때문에 집안 곳곳에 동생 사진들이 있다. 또, 동생도 역시 공, 인형 등 단순한 놀잇감에만 관심을 갖지만 난 끊임없이 동생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잇감을 사다 나른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요즘은 글자를 조금 쓰면서 편지를 자주 써준다. “살랑해요. 교손님.” 동생을 잘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들. 동생을 통해서 사랑을 배우고, 동생을 통해서 희망을 배운다. 


 
집안에 장애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감이 된다. 책 중에 보면 ‘아빠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아이를 집어 던지고 싶다던지, 상당히 비하하는 이야기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읽으면서도, 이 사람이 진짜 아빠의 자격을 가진 사람이 맞나라는 비난 보다, 얼마나 힘들면.. 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 가운데에서도 마튜와 토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고, 그래서 더더욱 속상한 마음들도 엿 볼 수 있다.

 자신의 씨앗으로 만든 생명이 장애인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바랄 것도 기대할 것 조차 없는, 그래서 아빠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장애아동을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정상적인 아이를 낳아서 얼마나 감사한지, 건강하게 커주는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느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배 아파서 낳은, 내 손에서 길러진 아이들이 꿈을 갖고,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회인이 될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는 것.


 부모 입장에서 쓰여진 아이들의 부족한 모습과 그것 때문에 겪는 고생한 마음들을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