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듣고느낌/책2009. 9. 9. 23:41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김준기 (시그마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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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 공부를 할 때는 '사례'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  아동 심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배웠던 수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임상사례연구'였다. 심리는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것으로,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한 맥락과 여러가지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하나의 이상 행동으로 어떤 것도 판단 할 수 없다. 수박 겉핥기로는 절대 '실천'할 수 없는 분야가 심리학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실제'가 담겨있는 심리학이다.  영화를 매개로 심리학을 풀어 설명하고 있다. 물론 영화가 픽션이 가미되어 있지만, 대체로 삶을 다루고 있는 영화에서는 그 개연성이나 여러 구성이 그렇게 허무맹랑하지 않다. 또한 영화를 실제로 보지 않았더라도 영화를 본 느낌으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다. 혹시 봤던 영화라면, 내가 미쳐 놓쳤던 부분,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가졌던 편견들, 그 사람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기를 시도해볼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영화 한 편 한 편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가 많다. 24가지 영화 속 주인공이 겪은 트라우마 그 자체에 대한 이해 부터, 트라우마의 증상, 트라우마의 여러가지 개념,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트라우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나서 겪는 심리적 문제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속의 주인공이 극적이고 어쩜 그럴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주위에서 이런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을 볼 수도 있는것이고, 심지어 자신이 생각했던 별 대수롭지 않은 문제이 트라우마로 발견되기도 한다. 
 더 이상 이상심리나 아주 특이한 경우에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문제이다. 단순히 트라우마 하나만을 다루는것이 아니라 영화 한 편을 통해 전개되는 그 사람 주변 상황까지 볼 수 있어서 트라우마를 이해하는데 더 크게 도움이 된다. 


 트라우마는 여러가지 상황으로부터 올 수 있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 그리고 성폭행,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 다양한 상황이 제시되고 있다. 물론 똑같은 일을 겪더라도 건강하게 잘 이겨낼 수 있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심리적으로 얼마나 취약해 질 수 있는지, 그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강한 정신을 가져야 한다. (P149)



 트라우마는 정말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가지고 있을 법한 것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나는 내가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의 상황이 극단적이지 않고, 나의 내부의 힘으로 극복 할 수 있는 정도의 상처여서 그렇지 이별의 아픔, 선생님 등으로부터 받았던 체벌 등이 떠오르면서 책을 통해 잊고 있던 나의 모습을 꺼내보게 된다.  그렇지만, 사람을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자신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에 대한 단순한 동정심에서 벗어나 같이 슬픔을 느끼고, 힘들겠다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성숙함을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의 묘미이다. 

  이 책은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입문서'로서, 관심을 발전시키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더라도 정신분석, 인간중심 그런 이론서를 먼저 보게 되면 전공생들도 답답하고 멍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이론들을 설명할 때도 꼭 따라다니는 사례를 '영화'로 설명하는 시도 또한 괜찮은 것 같다. 
 얼마전에 '영화 치료'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들어본 적이 있다. 김준기 박사님께서 그 쪽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추 이런 식으로 집단 상담에서 매개로 영화를 사용해 감정 이입도 해보고,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그만큼 영상이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데, 감정을 이끌어 내는데 크게 유용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단순히 지식을 얻는데 그치지 않고, 영화 하나 하나의 사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아픔 또한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자신을 이해한 후에 다른 사람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 또한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기분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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