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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책

[엄마를 부탁해] 대한민국의 엄마로 살아가는 길.

엄마를 부탁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신경숙 (창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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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를 부탁해

 

 엄마가 포함된 제목과 작가 신경숙, 서정적이면서 무언가 메시지를 담고 있을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책을 펼쳤다. 책을 읽는 내내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엄마’를 묵상하게 되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하여 마지막 챕터의 첫 마디는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다.’로 마무리 한다. 서울역에서 엄마를 잃어버려 엄마를 찾으며 기다리면서 더듬어보는 엄마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어 낸다. 엄마를 잃어버린게 아니라 잊어버린거다라고 책 부분에 이야기 했듯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엄마라는 존재에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항상 옆에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엄마를 잊게 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나와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게 이 책을 쓰면서 생각했던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리라.

 엄마를 부탁해는 총 4챕터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화자가 분명히 나온 것은 4장 뿐, 나머지는 시점이 ‘나’가 아닌 ‘너’로 되어 있어 분명히 1인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분명한 화자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지만, 모든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고 이야기 하는 듯이 자세하고 선명하다. 오히려 ‘너’라는 인칭으로 작가 딸에게 심문을 하는 듯한 말투로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떠올렸던 것은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이다. 대놓고 뿔내며 휴가를 달라고 가족들에게 이야기 하는 엄마, 제대로 권리를 찾겠다는 엄마의 목소리는 가족들을 당황시킨다. 책에서 엄마는 일부러 가출한 것도 아니지만, 드라마에서 나왔던 엄마의 고충과 그 동안 살아왔던 책 속의 엄마의 고충이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 평소에 더더욱 소리 높여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을까. 우리 엄마도 서운한 마음이 없었을까, 아직은 내가 학생이기 때문에 엄마랑 붙어 지내고 있지만 5년 후 10년 후 나와 엄마의 사이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봤다. 딸의 놓고 온 준비물이며 몇 번을 왔다 갔다 이사를 할 때면 나서서 챙겨주시던 엄마, 서울에서 멀리 지낸다고 반찬가지를 챙겨주시며 밥은 꼭 잘 먹고 지내라고 안부를 챙겨주시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이 나중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존재 조차 신경쓰지 않게 될까 두려웠다. 동시에 내가 엄마의 목소리를 찾아주어야겠다, 엄마의 마음 엄마의 생각을 존중해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을 더듬으며 엄마의 모습을 찾아가는게 엄마를 잃고 난 후가 아니라 매 순간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소설의 설정을 통해 만약 엄마가 내 옆에 없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나만의 소설에서도 끔찍하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았다. 누구든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사라진다면이라는 상상은 소름끼치게 싫다. 그래서 지금 잘하자라는 것, 그리고 나에게 도움을 주고 내 편에서 나와 함께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무한 애정을 쏟아주시는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하자는게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느꼈던 것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한 인간에 대한 기억은 어디까지일까. 엄마에 대한 기억은?

의 엄마에게도 첫걸음을 뗄 때가 있었다거나 세 살 때가 있었다거나 열두살 혹은 스무살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너는 처음부터 엄마를 엄마로만 여겼다.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인간으로.(p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