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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책

[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는가] 공상 과학 소설과도 같은 사이보그가 된 인간의 실제 이야기.

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는가
카테고리 기술/공학
지은이 케빈 워릭 (김영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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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보그란 무엇인가, 그 동안 영화 또는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 사이보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공상 과학 중 일부라고만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뛰어난 공상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계와 인간의 만남을 유쾌하게 받아들이지도 않고 아무 먼 세계 나와 상관 없는 곳의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렸던 것도 그 까닭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의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과 함께, 약간의 두려움이 밀려왔다. 
 케빈 워릭이 했던 말 중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사이보그의 개념이 단순히 기계 인간이 아닌 슈퍼 인간,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능력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 인상에 남는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출현 했던 이 이야기는 중간 중간 사이보그에 대한 논란을 맞으면서 대답하는 가운데, 또 마지막 2050년의 일기를 쓰는 부분에서도 계속 등장하게 된다. 정말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인가, 만약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이런 연구를 인간의 호기심으로, 성취 욕구로, 과학의 발전의 이유만으로 계속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남았다. 

 이 책은, 자서전의 성격을 지닌 인간 최초로 사이보그가 되었던 '케빈 워릭'의 이야기이다. 태어나서 자라온 배경, 학창 시절의 이야기부터 첫 번째 아내를 만나고, 헤어지고 두 번째 아내를 만나는 과정까지 사적인 이야기를 다룰 뿐 아니라 케빈 워릭의 인생을 통해 볼 수 있는 사이보그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연구에 대한 열정과 성과, 그 때의 상황과 환경, 자신의 심경까지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일기 형식으로,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에 500장이 넘는 분량이었음에도 과학 서적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과학자 한 사람으로서의 인생을 엿보며 그가 하고 있는 사이보그에 대한 연구가 논란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꿋꿋이 내보여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확실하게 논쟁을 할 수 있다. 

 

논쟁을 활성화 하려면 과학자들이 대중에게 훨씬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1998년, 2002년 두 번에 걸쳐 자신을 대상으로 사이보그 실험을 한 이 책은, 한편으론 정말 과학 소설과도 같이 느껴진다.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함으로써 컴퓨터 화면에서 그대로 시뮬레이션이 되기도 하고, 녹색 불 빨간 불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가상 현실 집에서 커피 메이커에 커피를 올려놓을 수도 있고, 전등을 켜거나 알람을 끄기도 한다. 케빈이 가장 흥미로워했던 실험은 '사이보그 부부'의 실험이었다. 자신의 아네 이레나의 팔 속에 바늘을 꽂고,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이레나가 손을 쥐었다 폈다 할 때 마다 케빈이 느끼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작은 바늘 하나로 부부는 같은 느낌을 느끼고 있었던 것, 그 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영국에서 뉴욕까지 자신의 손을 폈다 쥐었다 하는 것이 전달되기도 하고, 신경 신호에 따라 목걸이 색이 변하는 실험을 하기도 한다. 특히 이레나가 편안한 상태에서 붉은 빛을 하였던 목걸이가 케빈이 손을 잡자 푸른 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마음 상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발전 가능을 엿볼 수 있었다. 또 인간의 오감 외에 초감각, 즉 초음파를 감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시각 장애인에게 부여하면 좋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였다. 전방 1m~2m의 초음파를 감지해, 주변에 움직이는 물체, 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감지 할 수 있다. 
 
 

사실 책 한 권을 읽어내면서 ,사이보그의 정확한 과학적 원리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과학적 용어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초점을 맞추었던 부분은, 케빈 워릭이 왜 이 연구를 하고 싶어하고, 이 연구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과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케빈 워릭은 기계 지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인간이 기계 지능을 갖게 되면 지금 가지고 있는 인간의 능력보다 더 무한한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점을 아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은 3,4차원 안에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것에 반해 사이보그는 수만가지 차원의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세상을 지각하는 방법도 인간의 감각은 매우 열등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사이보그 기계의 속도, 기억력 유지 등 사이보그 인간과 기존 인간을 비교 했을 때, 결국 기존 인간은 열등한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어제 일도 가물가물한 인간의 두뇌에 무한하게 저장할 수 있는 기억력이 보장 되고, 수 만 수억 가지의 지식이 내 머릿 속에 네트워크화가 된다면, 나의 능력은 얼마나 더 향상될 수 있는 것일까. 또 네트워크화로 인간의 감정과 사고를 '언어'라는 오해의 소지가 많은 실수 투성인 도구가 없이 사고가 서로 전달이 된다고 생각해 보자. 이 모든 것들이 케빈 워릭이 상상하고 있는 사이보그의 모습이며, 이미 2002년 자신의 첫 실험으로 현실 가능한 연구 과제가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과연 열등 인간을 낳게 될 사이보그의 출현을 인간이 만들어
낸 놀라운 과학의 성과라고 좋아해야 할 것인가. 역자는 조심스럽게, 이 사이보그에 대한 문제에 대해 왈거왈부하지 말자고 말한다. 단순히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연구에 열정을 쏟은 한 과학자의 자서전으로 읽히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너무나도 민감한 인간 윤리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아마 그 수많은 논쟁을 감당해 낼 여력이 없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 해 준 의도 속에는 인간이 고민해야 하고, 끊임없이 싸워야 할 '기본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케빈 워릭의 홈페이지(http://www.kevinwarwi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