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만들고, 곡예도 부리고 ,...
또 파란 의자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아이들과 상상을 하며 활동을 하기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집에 있는 의자를 뒤집어 놓기도 하고, 별에 별 걸 다 하면서
예전에 일러스트거장전에서 봤던 , 나무 의자 위에 지은 집이 떠오르는 걸,
그 동화책도 언젠간 다시 재회하길 바라면서 ..
우리가 아이들의 상상을 방해하는 낙타와 같지 않기를 ㅎㅎ
상상력이라고 하나도 없는 단봉낙타
아이들은 낙타가 참 미울 것이다.
파란 의자
어느 날, 에스카르빌과 샤부도는 사막을 걷고 있었습니다.
"누구 하나 얼씬도 안 하네!" 에스카르빌이 말했습니다.
"'삭막하다'고 그래야지!" 정확한 걸 좋아하는 샤부도가 핀잔을 주었어요.
"어! 저기 뭐가 있다." 에스카르빌이 멀찌감치 보이는 푸르스름한 걸 가리켰습니다.
둘이 다가가 보니, 의자였습니다.
"의자네."
"파란 의자네."
샤부도가 덧붙이더니만... ...
... ... 냉큼 위가 아니라 밑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난 의자가 좋아. 밑에 들어가서 숨을 수 있잖아."
에스카르빌이 끼어들었습니다.
"에이, 그 정도는 진짜 시시하지. 의자는 거의 요술이야.
개 썰매가 되기도 하고, 불자동차, 구급차, 경주용 자동차, 헬리콥터, 비행기, 음--
또 하여튼 뭐든지 될 수가 있거든. 굴러 가는 거나 날아다니는 거... ...
그리고 물에 둥둥 떠다니는 것도."
"어, 그럼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상어를 조심해야겠네."
놀이가 재미있어진 샤부도는 한술 더 떴습니다.
"그 뿐인 줄 아니? 요리조리 조금만 움직이면 책상도 되고 계산대도 돼.
가게 놀이하는 데는 아주 그만이지."
샤부도도 맞장구 쳤지요.
"맞아, 의자는 요술쟁이야. 굉장히 편리하기도 하고.
또 그 위에 올라가면 가장 키 큰 친구만큼 커질 수도 있잖아... ... .
사나운 짐승이 나타났을 때는 이걸로 막을 수도 있어.
야생돌물이 조련사를 물지 못하게 하는 데에는 이만한 방법이 없을걸.
서커스에서 보면 이런 게 나오잖아."
샤부도는 내친 김에 말ㅇ르 계속했습니다.
"서커스에서 곡예사나 어릿광대가 아주 멋진 재줄르 보여줄 때 쓰기도 해! 그러니까, 이렇게."
에스카르빌도 잠자코 듣고만 있기는 싫었어요.
"내 차례잖아, 내 차례! 공중 곡예를 빼놓을 수 없지!"
이러면서 훌쩍 뛰어올라 직접 해 보였습니다.
두 친구가 이렇게 놀고 있는 동안 저만치서 낙타 한 마리가 인상을 쓴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사막에서 낙타 만나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낙타는 조용히 두 친구에게 다가가 갑자기 소리를 빽 질렀습니다.
"아니, 머리들이 어떻게 된 거 아냐!
뭐가 서커스야? 서커스는!"
우당탕, 콰당탕, 쿵. 이제 놀이는 끝.
"의자는 말이야, 그 위에 앉으라고 있는 거야."
그러더니 낙타는 의자 위에 자리를 떡 잡고 앉았습니다.
여간해선 꼼짝도 하지 않을 기세였어요.
"에이, 우린 가자. 이 낙타는 상상력이라고는 통 없는 거 같다."
에스카르빌이 친구를 잡아끌었습니다.
"그래, 거기다가 그냥 낙타도 아니야.
혹이 하나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단봉낙타야."
정확한 걸 좋아하는 샤부도가 한마디 더 했습니다.
사막을 걷고 있던 에스카르빌과 샤부도는 사막에서는 보기 힘든 파란 의자 하나를 발견한다. 앉으면 그만인 그냥 그런 의자를 발견하자마자 둘은 놀이를 시작한다. 의자는 도로위를 굴러가는 탈 것이 되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되고 바다를 떠다니는 뭔가가 되기도 하고 책상도 되고 계산대도 되고 서커스장에서 보이는 어떤 것도 된다. 둘은 내기라도 하듯이 앞다투어 신기한 놀이들을 찾아내고 놀이에 푹 빠져있다.
그런데 이 모습을 팔짱낀 채 인상쓰며 쳐다보는 낙타 한 마리가 있었다. 낙타는 다가와 `의자는 그 위에 앉으라고 있는 거’라며 둘의 놀이를 한방에 끝내버린다. 곧 둘은 그곳을 떠난다. 즐거움도 떠나고 책도 끝난다. 클로드 부종은 단순하고 간결한 글과 그림을 통해 그의 큰 목소리를 드러낸다. 상상하라! 무엇을 위해? 상상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 의자는 상상의 힘으로 그 무엇이든 될 수 있었고 즐거움을 창조하였다. 상상은 경계와 범위를 갖지 않고 자유로우며 고유하고 독창적이다. 그래서 즐겁다. 즐거움은 에너지를 내며 창의적 사고를 촉발시킨다. 자신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며 창조하도록 자신을 부추긴다.
―에스카르빌과 샤부도는 의자를 무엇이 되게 했니?
―나는 의자를 무엇이 되게 할까?
- 에스카르빌과 샤부도, 그리고 우리에게 있는 것은 무엇이니?
―그럼, 의자에 아직도 앉아있을 낙타에게 알려주자. 의자가 다른 것이 되게 하는 비밀을, 상상의 즐거운 힘을!
상상하고 놀다보면 아이들은 이제 더 많은 의자를 만나게 된다. 사람이 만든 의자만이 의자일까? 세상의 또 다른 의자는 무엇일까? 누군가 무엇인가를 머물게 하고 쉬게 하는 다른 것도 의자가 될 수 있겠다. 의자가 갖는 상징을 읽고 그 의미를 더 확장해 본다.
―아파트 화단에 살고 있는 나무는 누구에게 의자가 되어줄까?
―이제 막 밝은 세상으로 나온 보드라운 꽃잎은 누구에게 의자가 될까?
―어두운 밤, 저 하늘은 누구를 머물게 하고 누구를 담고 누구를 쉬게 하고 있는가?
―지금 이곳 무심히 흐르고 있는 음악은 누구의 의자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의자는 무엇인가?
―나도 의자가 되고 싶은가? 누구에게 어떤 의자가 되고 싶은가?
이것이 의지 아닐까? 나도 누군가에게 의자가 되고 싶다는 씨앗을 갖는 것! `파란의자’를 통해 상상과 창의적 사고의 관계를 알고 의자의 상징을 파악, 다양한 의자로 확장하여 자신의 의지를 불러일으켰다면 이노우에 마사지의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는 하나의 대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사고의 융통성과 개방성을 키워 결국 관계 속에 함께 존재하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동네 과일가게 앞에 놓인 사과 하나! 그 앞을 지나가는 회사원, 농부, 의사, 작곡가, 수학선생님…. 그들 모두 자기에게 익숙한 눈길로 사과를 바라보고 느낀다. 각자 다양한 사과의 의미로. 나는 사과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가? 내 생각 또한 그들과 다를 것이다. 하나인 사과가 백 개가 되는 비밀이 여기에 있다. 사과 뿐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도 서로 다른 속도로 흘러갈 것이며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견해도 다양하다. 아이들은 사과를 바라보는 수만큼의 서로 다른 사과가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에 하나뿐인 나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세계를 바라보는 수만큼의 서로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그리고 그 세계에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연결하고 통합지어 바라볼 것이다.
―한 개인 사과가 백 개가 되는 비밀을 말해줄래?
―책에 등장하지 않는 또 다른 시선들이 사과를 만난다면 그냥 지나칠까?
―나는 한 명이지만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아주 많아. 그들은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세상에 하나뿐인 나! 그런데 가끔 낯설 때가 있어.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네? 내 안의 여러 개인 나를 찾아보자.
상상은 주관의 세계이며 관계는 객관세계다. 아이들은 이 두 세계에 함께 산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세계를 담는다. 세계와 아이들과 그림책은 함께 공존한다. 그 공존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