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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27


와 날짜 빠르다 ㅋㅋㅋㅋ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고 하루 하루 지나가는 듯

일한 것도 벌써 3달이 되어가고,
막둥이는 돌에 가까워가고

적응이 좀 되는건가, 사람을 뽑아주셨으니 이제 같이 하나씩 해가면 큰 그림 맞춰져가는걸까?



#1. 여섯살 꼬맹이의 말
내가 잘 키운게 아닌데 잘 컸다
감사하다

사실 걱정되는 부분도 많았고,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이 많지만
호아가 오늘 한 행동과 보여준 말은 정말 감동이었다.

거실에서 호아가 불을 끄자, 잠 투정이 시작할랑 말랑 했던 2호기가 난리가 났다.
울음 떼 시작하면서 불 켜라고…. 무섭다고 ..
사실 내가 가서 켜줘도 되고, 2호기를 달래주는 말을 해도 되는데
  내 안에 2호기 울음 트라우마가 있어서인지 1호기한테 화를 냈다.
불 켜라고….. 동생 무서워하니까 불 켜고 오라고.
체력이 바닥이기도 했고,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 토라지고, 화가나면 이불이나 베개 등을 발로 밀어내며 차는데
침대에 있는 온갖 이불 다 내려놓고 화를 내는 1호기
불 켜는 말에 순종하지 않는 1호기에 대한 나의 분노가 시작되었다.
“엄마 이제 9까지 화나서, 조금만 더 있으면 폭발할 것 같다. 제발 불 좀 켜주고 화 그만내”

조금 있다가
1호기가 “ 내가 불 켤게 .. 조금만 기다려”
그러다가 불을 켜줬다.
사건이 일단락 됐다.

사실 그 사이에 울고 있는 2호기한테도 화가 나려고 했다. 폭발은 안했는데, 울고 떼 쓰는걸 보는걸 요즘 정말 힘들어한다.
특히 2호기의 울음떼는 날 자극한다.

1호기가 불 켜줘서, 2호기한테 언니한테 고맙다고 말하라고 했는데 끝까지 안하는거.
그냥 그런 태도가 너무 짜증이 나서, 어떻게든 인사를 시키고 싶었나보다.
엄마 화가 또 9까지 났다고 하니까 2호기가 눈치를 보면서 ‘말 할거야’ 라고 말한다.
엄마가 기다린다고 얘기하고, 기다리는데 진짜 계속 할 기미가 안 보여서
‘엄마 기다리기 힘들다’고 하자 어렵게 어렵게 말을 꺼낸다.
‘불켜줘서 고마워’를 아주 빠른 속도로 개미 기어가듯 말한다.
어쨌든 너무 잘 했다고 고맙다고 얘기하고 칭찬해주고 마무리 지었다

1호기가 내 옆에 누워서 하는 말,
“엄마, 내가 엄마가 불 켜라고 미운말해서 9까지 화났고, 10까지 화나서 이불을 발로 찼어
엄마가 9까지 됐다고 10 되려고 할 때, 나는 1까지 되서 내가 불을 켜준거야. “

정말 잘했다.
엄마보다 정서조절 잘하는 아이.
어떻게 다시 1까지 됐냐고 물어봤더니, 엄마는 1부터 1,2,3,4,5,6,7,8,9,10 됐는데, 나는 10,9,8,7,6,5,4,3,2,1 했지

요즘 놀이치료, 그리고 내 개인 상담을 받고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육아 부담이 크고..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 대한 나의 반응도 큰 것 같고
걱정, 불안이 많았는데 .. 감사한 것 같다.

개인 상담으로 육아에 대해 지지 받고 있고
놀이치료로 아이의 상태나 환경, 기질 등에 대한 솔루션 등을 처방 받는 느낌이다.
우리 아이 맞춤형 오은영 선생님 ㅎ

5회기쯤 지났나?
최근에 1호기가 양육에 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번데기 자세.
엎드려서 흐느끼듯 누워있는데, 처음엔 무시하다가 “엄마랑 이야기 할 준비 됐어?”하고 물어보면 지체하지 않고 일어난다.
(지체하지 않고가 중요한 포인트)
이야기 해보라고, 왜 속상했는지 물어보자
“엄마가 동생들은 잘 돌봐주는데 나는 안 돌봐줘서 화 났어”
“그랬구나. 동생들만 돌봐서 너무 속상했겠다.”
“어. 호유랑 호엘이는 잘 돌봐주는데 나는 안 돌봐”
“어떤게 돌본다고 생각하는거야? 호아를 어떻게 돌봐줬으면 좋겠어?”

“볶음밥 나오는 날 흰 밥 주라고 얘기하는 것. 밥 먹기 힘들 때 밥 먹여주는거, 정리하기 힘들 때 정리 같이 해주는거”
“그럼, 그 정도 돌봐줄 수 있지. 얘기해줘서 고마워. 호아가 말해주니까 엄마가 어떻게 돌봐줘야 할 지 알겠다. 우리 애기, 큰 애기, 사랑하는 우리 애기 우쭈쭈쭈쭈”
안아주니 금새 기분이 좋아져서 애기 목소리 몇 번 하다가 일어나서 간다.

자신을 돌봐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현하는 것, 너무 긍정적이고
어떻게 돌봐줬으면 좋겠는지 알고 이야기하는 것도 너무 잘 하고 있다.

호아한테 정말 중요한거는 “볶음밥 나오는 날 자기의 힘듦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고, 방법을 적극적으로 같이 찾아줬다는 것”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던 것 같다.
그 계기가 너무너무 컸던게 어린이집 등원 거부도 어느 정도 해결됐고, 엄마와 신뢰 문제도 해결이 된 것 같다.

같은 문제를 여러번 얘기했지만 엄마가 도와줬던 공감이나, 표현으로는 부족했고 해결책이 안됐던것.

아이가 극도로 싫어하는 볶음밥이 어린이집에 수요일마다 나오는데 ..
기질상 뭐가 섞여있는 밥을 싫어하고
유부초밥, 김가루 섞은 주먹밥, 후리카게 같은 것 섞은 밥 등도 경멸함.
혀를 때려가면서 싫어하고, 뱉어내는데..
5세 때는 언제 볶음밥이 나오는지 예측하고 그런건 아니지만 그냥 어린이집에 가면 그런 밥이 나온걸 싫어했던 것 같고..
6세 쯤 되니까 요일 개념이 생겨서, 수요일은 어린이집 안 가는 날 또는 밥 안 먹는 날로 하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일요일 밤에 어린이집 가야한다는 말을 본인이 꺼냈고,
“아 밤이되니까 내일 어린이집 가야돼? 으앙!” 그 말을 꺼낸 즉시 울음이 터졌다.

화요일 저녁에도 “내일 볶음밥 나오는 날이야” 으앙..

울음의 정도가 그냥 무시하기에는 강렬했고, 일요일 밤, 화요일 밤에 아이가 잠을 자다가도 깨서 울고, 짜증부리고,소리지르고..
어린이집 가기 싫어. 볶음밥 싫어 하고 얘기하는 것.
안쓰러워하고, 공감해주고.. 엄마도 싫어하는 반찬 나오면 싫더라, 얘기해주고..
안 통하고 … 답이 없다 생각했는데 …

수요일 아침에는 작정하고 어린이집에 전화를 했다.
9시 전에 등원을 해서, 담임 선생님께 꼭 전달해달라고 얘기하면서…
호아 앞에서 “ 호아 오늘 볶음밥 나오면 안 먹을거에요. 안 먹게 해주세요. 흰 밥 있으면 주시고, 없으면 그냥 안 먹을게요. 선생님 출근하시면 꼭 전화주세요”
그렇게 얘기해고 출근했다.
키즈 노트에도 장문으로 글을 썼다.
정말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서 그 날 흰밥 제공이 안된다고 하면 점심 시간 지나서 1,2시쯤 하원해 집에서 점심을 먹일 생각이었다.
간절히, 아주 간절히 엄마한테 “구해줘”하고 사인을 보내는데 .. 안될 것 같아서..

선생님하고 통화하면서 호아가 정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잠을 설칠정도로 힘들어한다.
흰밥 제공이 안되면, 도시락을 싸갈 수도 있고.. 그것도 안된다고 하시면 점심시간 후 일찍 하원할테니 밥을 먹이지 말아달라.
긍정의 칭찬도, 격려도 하지 마시고 아무 부담도 주지 마시라고.. 대신 아이한테 스스로 “도와주세요. 먹기 싫어요” 표현 할 수 있게 기다려주시라고 했다.

호아랑 등원하기 전에도 여러 차례 연습했다.
“선생님, 전 볶음밥 먹는게 너무 힘들어요 따라해봐. 흰 밥 주세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그래도 먹으라고 할껄?”
“어, 그러실 수 있어. 다른 친구들도 같이 먹어야 하니까. 그래도 호아는 먹기 싫으면 끝까지 먹지마. 절대 먹지마. 한 번 맛은 볼 수 있어. 맛도 안 보고 안 먹는다고 그러면 엄마도 화내지. 정말 한 숟가락만 딱 한 숟가락만 먹고 먹기 힘들면, 도와달라고 얘기해. 그래도 안 도와주시면 절대 먹지마. 배고파도 먹지 마. 엄마가 선생님한테 꼭꼭 얘기해줄게.”
자, 따라해봐. “선생님 전 볶음밥이 싫어요. 못 먹겠어요. 도와주세요”

몇 번 개미 목소리로 연습하고 등원했다.
“안들리면 안되니까, 좀 더 큰 목소리로 얘기해”

그 날도 등원할 떄 울긴 울었지만, 그래도 잘 헤어졌다.

특별히 신경 써주셨고, 흰밥을 처음부터 주진 않고 호아한테 먹기 힘들면 얘기하라고하고 힘들다고 얘기했을 때 흰밥을 주셨다고 했다.

그 날 키즈 노트에도 선생님께 이렇게 썼다.
“호아가 너무 힘들어하는데, 편식 지도도 중요하고 기본생활습관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호아가 기분좋게 어린이집 생활을 하는게 중요할 것 같다. 나중에 꼭 잘 먹을 수 있으니, 호아가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

정말 고비였던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어린이집 거부가 너무좋아졌다.
몇 주 동안은 볶음밥 나오는 수요일 전 날, 그리고 수요일 아침엔 등원 싫다는 말을 하긴 했다.
몇 차례 반복되자 오늘 화요일 밤.
“엄마, 내일은 볶음밥이 아니라 카레라이스가 나오더라. 근데 난 흰밥도 먹을거야”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카레라이스가 호아가 겨우 먹을 수 있는 야채 섞인 밥인데..
(기분 따라 한 그릇 클리어도 가능)

“흰 밥 주신다고 선생님이 얘기하셨어? 어떻게 알았어?” 하고 물어보자
“아 내가 써 있는거 봤어. 흰밥 주시는건 내 생각이야. 나 생각 잘하지?”

글자를 아는 호아가 식단표를 스스로 볼 수 있는 위치에 붙여주었는데.. 오가면서 봤던 모양이다.

놀이치료 선생님이 식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 아이에게 식단을 미리 얘기해주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몇 일동안 등원 전에 식단을 함께 봤다.
먹을 수 있는 반찬, 먹기 힘들 것 같은 반찬을 먼저 얘기해보고.. 친구들이 다 잘먹고 선생님한테 칭찬 받아도 호아는 힘들면 먹지 말라고, 한 입 아기만큼만 먹어보고 맛이 없거나 힘들면 더 먹지 말라고 얘기했다.

사실, 그렇게 식단 보기 시작했을 때 … 깻잎볶음밥, 가지 볶음밥 등의 메뉴만 들어도 기겁하면서 드러누운 날들도 있다.
놀이치료 선생님한테 이게 맞냐고, 애가 기겁하면서 자지러진다. 괜히 더 겁을 주는거 아니냐.. 물었는데,
아이가 예상밖의 충격을 받는 것보다 훨씬 좋을 것 같다고 꾸준히 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해주셨다.
이제는 메뉴도 스스로 보고, 싫어하는 반찬도 한 입 먹어보고 더 이상 안 먹는 것이 규칙이 되었다.
가지도 한 입 먹어봤더니 젤리 같았다고 얘기해줬다. 4번이나 더 먹었다고도 말해줬다.

어린이집 식사 스트레스가 사실, 교실에서는 선생님이 강요하거나 권하지 않아도 잘 먹는 것 처럼 보였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그저 옆에서 잘 먹는 아이들 칭찬해주신 것, 호아가 시도했을 때 격려해주신거..
너무 긍정적인 상호작용인데 .. 거기에서 애가 잘 먹어야한다는 압박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꾸역꾸역 먹었던 것이다.
그건 아이 기질이고, 성격탓이긴 한데.. 이런 기질, 이런 특성을 타고난 아이가 이 세상에서 잘 적응하고 대처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부모와 교사의 몫인 것 같다.

볶음밥 극복 사건으로, 아이도 나도 한 뼘 더 자란 것 같다.

많이 밝아졌고, 여전히 수요일은 싫지만 그래도 자기를 도와주는 선생님이 계셔서 안심이고 .. 선생님이 안 도와주시면 엄마가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도 감사하다.
일을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기관에 보내고 있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는 않지만 온 우주를 끌어와 아이를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고,
그 진심이 아이에게 전해진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다.

동생 태어나고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어렵고 퇴행을 겪고 있는 큰 아이에게, 잘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그렇게 믿고, 난 옆에서 지지하고 박수쳐주는 것.. 그게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 뭔지, 조금 아주 조금 배웠다.

잘하고 있어서 믿는게 아니라,
이 부족한 상황 환경, 그리고 모난 모습, 갈고 닦아져야 할 모습들이 있지만
결국 이 아이는 이겨내고, 극복하고, 해낼 수 있고, 성장할 수있을거라는 믿음. 그 믿음으로 키우는 것.
그 아이가 해내게 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