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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영어공부하기

[090106] 도착 첫 날, 저질스러운 레벨 테스트ㅠ


영어로 일기 쓰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냥 한국말로 써야겠다.

이렇게 하다가 영어도 안 늘고 마음만 상해가지고 돌아가는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왔지 영어를 잘한다는걸 뽐내러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레벨테스트에 마음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마음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아무리 영어를 못한다 못한다 했지만, 이렇게 결과로 받아보니 정말 마음이 상했고, 또 같이 온 일행들이 대부분 레벨이 높아서 더 속상해을 듯. 비교하면 끝도 없지만 비교가 안된다고 말하는건 내 마음을 숨기는 것이니까, 비교를 해서 더욱 속상한것도 사실이고.

 영어 레벨 테스트든 토익이든 한국에서 한 번 보고 오려고 했었는데, 그냥 말았던게 여기와서 충격을 주는구나. 차라리 한국에서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왔더라면 이만큼 충격은 아니었을텐데, 뭐 충격이 문제가 아니라 더욱 마음이 준비되고 열심히 공부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도 해본다.

 마음이 잡히지 않고 뭘 해야할지 몰라 막연한 마음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압박만 받고, 뭐 특별한 성과 없이 방학을 보냈지만, 그래서 더더욱 스트레스받고 속상해 했었지만, 여기와서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으니 해야할 공부 눈에 보이는 것들만 늘고 더욱 속상할 따름이다.

 언제나 시험은 나에게 필요악과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하지만, 필리핀에 와서, 아니 필리핀 도착하기 전에 비행기에서 홍콩 경유하는 곳에서 내가 이 곳에 왜 왔는지에 대한 생각조차 사라지고 없어지고, 마냥 들떠서 있었을 때 이런 충격은 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여기 사람들 좋다고, Jullie랑 같이 있다고 막막 기분좋게 어떻게 생활할지에 대한 기대만 부풀어 있던 나에게, 이제 정신차리고 뽕을 뽑으라고 얘기하는 신호탄과도 같은 것 같다.

  겁이 난다. 두렵다. 과연 이 수준에서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이렇게 기초가 없는데, 문코치님 말대로 듣기만 주구장창하고 말을 하려고 노력만 한다고 해도, 영어가 늘까. 겁이 난다. 두렵다. 너무너무 속상하다.

 확신을 가지고 한 우물만 파야 하는 것인데도, 아직도 그냥 이것저것 다 하고 싶은 욕심에

 머피 매니저님의 말도 인상깊다.

 여기 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욕심이 많다고, 자기 뜻대로 안되니깐 이곳에 와서 욕심을 못채우니까 스트레스 받고 괴로워한다고. 방법은 두가지라고, 욕심을 버리던지 노력을 하던지.

 그렇지만 욕심도 못버리고 노력도 안하면서 괴로워하는 인간들이라고..

 딱 내 꼴같았다. 욕심은 정말 정말 많으면서, 그만큼 노력도 하지 않고, 그만큼 간절하지도 않고.

 나에게 지금 영어가 간절한 이유가 두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나의 성공을 위한 것, 내가 아동학을 하기 위해, 아니 아동학을 제대로 전공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영어를 공부해야하는 이유이다. 석사 박사도 할 것이고 앞으로 쭈욱 영어를 접하게 될 것인데 이런 수준에서 계속 버벅거리면서 누구를 만나도 두려운 마음에 지내는 것이 싫어서 언젠간 극복해야 할 관문이라면 이번 기회에 뽑아버려야겠다는 결심이다.

 두 번째는 부모님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경기가 안좋은데다가 옆 세탁소 때문에 더더욱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와중에도 딸에게 큰 투자를 하신 것. 주위 시선들은 얼마나 여유가 있으면 저렇게 보낼까 하는 생각도 있겠고, 쑥덕거리는 것도 있겠지만, 정말 우리 집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보내는게 아니라 딸을 위해서 딸을 믿고 보내신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뭐 빚을 얻어서 보내신 건 아니지만, 당장 노후 자금, Bora 미래를 위한 돈을 나에게 큰 투자를 하신 것을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열심히 해야한다.

 아빠한테 했던 말이 기억난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돌아오겠다는 말.

그 말은 꼭 지키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간절한 만큼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돌아오길 원한다. 간절하게

계속 드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왜 안됐을까. 왜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일까. 이 곳에서 내가 진짜 얻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왜 하필 필리핀이어야 하는 것일까.

문제는 내 의지 문제였다. 한국에선 친구들도 있고, 주위 환경도 있고, 날 자극시키는게 많기 때문에.. 내가 영어에 올인할 수 없다는 이유다.

여기 이 곳의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하루종일 영어공부를 하고, 하루 종일 영어를 말하고, 듣고 하면서 영어 공부에 목숨을 걸어보고자 하는 것이 내 필리핀 어학연수의 목표였다.

 출발하는 날 까지도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먼 타국까지 거의 24시간 이동을 해서까지 내가 이 곳을 왜 가야하나. 이렇게 큰 돈을 들여서 내가 보고자 하는 영광은 무엇일까. 부모님의 기대 내 기대를 나는 과연 충족시킬 수 있을까. 두렵고 두려웠다. 너무너무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 곳에 오게 되었고, 이 곳에 보내신 것도 하나님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나님이 원하지 않으셨다면 어느 곳에서든 끊으셨을거라고, 내가 필리핀을 결정하면서 오로지 내 마음 속의 욕심, 열정으로만 했지만, 그래서 하나님을 찾고 부르짖을 염치가 없지만, 나를 인도하시는 것도 하나님이시고 이런 마음을 주신 것, 승연언니를 붙여주신 것도 모두 하나님이라는 생각에, 감사하고 감사하려고 한다.

 하나님께선 이 곳에서 날 크게 배우게 하시고, 크게 성장시키시기를 원하실 것이다. 나는 하나님의 뜻대로 성장하면 되는 것이다. 영어로서 성장하는 것도 방법이겠고, 영어 하나를 정복하지 못해 쓰러지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시키는 것도 방법이겠고, 필리핀, 태국 등 국제적인 경험을 통해 나를 새롭게 하시는 것도 방법이겠고, 필리핀 이 곳에서 열등감과 또는 우월감, 그리고 이 곳의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날 시험해보고 나에게 깨달음을 주시려는 것도 방법이겠고.

 내가 헤아릴 수 없는 놀라운 여러 가지로 나를 축복하시고 인도하실거라고 기대해본다.

 필리핀에서 첫 날, 길고 복잡한 날이었다.

 쉬었다가 밥을 먹고, 레벨테스트 보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리엔테이션하고..

 12시가 넘도록 쉬지 못하고 이렇게 달려주니 눈에선 자라는 신호가 자꾸 온다.

 마트에서 장봤던 이야기도 주저리 하고 싶지만,  마트에서의 경험보다 오리엔테이션, 레벨테스트 때문에 받은 상처가 더 크니깐,

 중요한 것은, 난 영어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거라는 것! 더 빨리 배우고 더 빨리 늘 것이라는 것! 늘지 않더라도, 나는 크게 배우고 성장하고, 이것을 발판으로 내가 나아갈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것!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겨보자. 카르페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