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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낌/책

[빼앗긴 내일] 전쟁과 함께한 아이들의 감정을 통해 새롭게 얻은 통찰들,

빼앗긴 내일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즐라타 필리포빅 (한겨레아이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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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의미 없이 죽어가고, 무시무시하고 비참하게 살해당하고 납치되고 약탈당하는 것, 그것이 전쟁의 실상이다.

 거리며 골목이 온통 피바다로 변했고, 더 이상 목숨을 잃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 돼 버렸다. (p.247 호다 타미르 제하드 - 이라크 전쟁)

 꽃피는 나무도, 새도 없어. 전쟁이 모두 빼앗아 버렸기 때문이야. 봄이 와도 새들이 지저귀지 않아

. 사라예보의 상징인 비둘기도 없어. 시끌벅적하게 뛰노는 아이들도 없고. 하긴 아이들은 전혀 아이들 같지 않아. 사라예보가 천천히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살아 꿈틀대는 생명이 없고 모조리 죽어 가는 것만 같은 이곳에서 어떻게 봄을 느낄 수 있겠니...
 미미야, 다시 슬퍼졌어. 내가 얼마나 슬픈지 너는 상상도 못 할거야. 생각에 잠길 때마다 이렇게 슬퍼지는데, 생각을 해야만 하다니 (p169, 즐라타 필리포빅)

 사람들이 백 살까지 산다 해도 결코 우리가 하루에 겪은 시련을 경험하지는 못할 것이다.(p97 클라라 슈왈츠 - 폴란드, 유태인 대학살)




 동화 속 이야기처럼 아무 느낌 없이 들어왔던 전쟁 이야기.

 수 없이 많은 영화, 드라마, 소설에서 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가슴은 왜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고 단순히 총 소리,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에 징그러워하였을까. 그것이 전쟁을 바라보는 내 시각의 전부였다.

 그 동안 내가 접했던 숱한 전쟁 이야기는 ‘공격자’ 중심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정복하고, 굴복시키고, 폭발시킬까. 단순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싸움으로, 사람은 단순히 죽여야 할 대상이고 없어져야 할 방해자 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실제 전쟁의 피해자, 전쟁을 겪고 전쟁을 통해 내일을 잃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너무나도 끔찍하다. 읽는 내내 가슴이 뛰어 어떻게 주체 할 수가 없다.

 그 동안 즐기기 위해 봐왔던 전쟁 영화, 전쟁 게임 등이 사실은 이렇게 무고한 생명들을 앗아가는 인류에게 있어서는 안되는 가장 시커멓고 암울한 존재인데도, 사람들은 참 가볍게 생각한다. 몇 명이 죽고 얼마의 재산 손실이 있는 것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숫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주위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집안에 대피소에서 꼼짝도 못하고 갇혀 지내면서, 온갖 집안 살림들이 부셔지고 어떤 때는 이런 것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숫자의 의미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몇 만명 죽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피바다를 상상해 봐라. 내 가족 한 명, 내 친구 한 명이 모여 몇 만 명을 이룰 때, 그 나라의 상황은 어떠할까, 그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 아이들의 희망은 어떻게 될까.

 전쟁이라는 것이 너무 참혹하고 너무 무서운 것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배운 것 같다. 굿네이버스 기관에서 평화 동아리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세계 분쟁’에 대한 주제를 다룰 때, 우리랑 먼 이야기를 뭐하러 아이들에게 지루하게 교육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이것은 내가 정말 그 War라는 단순화 된 사실로 바라봤을 때의 관점이다. 변해야 한다. 전쟁은 인형끼리 하는 싸움이 아니고, 온라인에서 하는 그래픽 허구가 아니다. 나와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지고, 내가 소중한 것을 아는 사람,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겪고 아파하는 현실인 것이다. 이런 것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교육 역시 아주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아이들의 일기라고 해서 관심을 가졌었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 이 책을 만나고 읽게 된 것은 아주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평화에 대한 생각, 전쟁에 대한 생각들을 송두리째 바꿔줬고, 마음 깊은 속에서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발견되었다.

 전쟁 영화를 잘 못 본다. 그것보다 피를 잘 못 본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기 전에도 단단히 각오를 하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감정을 주체 할 수 없었다. 전쟁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얘기한다. 생명 그 자체로도 소중하고 감사한 사람들이다. 전쟁에 참혹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아서, 길거리에 사람들이 죽어 있는 것을 봐도 흔해 빠진 일로 생각하며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친구를 잃고, 가족을 잃고, 때로는 극도로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는 전쟁기간동안 사람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죽이는 무자비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은 ‘사랑’이라는 걸 배울 수 있었을까? 사랑의 힘으로 사랑으로 세상을 살 수 있을까.

 정말, 살아 남은 것에 감사하는 아이들의 일기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으면서, 정말로 살아있는 모든 순간에 감사하고 즐겨야 하는 사람은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보다 더 좋은 세상, 환경은 없는 것이다. 이 순간,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이 순간이 최고다.







 

 

 

  1차 세계 대전 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이 책에서는 세기를 거친 전쟁을 총망라하고 있다.
  책에서 특이했던 점 중에 하나는, 
  전쟁에서 피해를 보고 죽음에 두려워 하는 사람이, 공격을 받는 사람 뿐 아니라는 것이다.
  전투 일기,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 군인으로 참전햇던 사람의 일기를 보면서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휴일에는 스테이크를 먹기도 하고, TV 프로그램도 즐기고, 전쟁 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어느 순간 보니 베트공을 아무 이유 없이 증오하고, 자신이 죽여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면서 총을 겨누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사람마저도 전쟁에서 죽음에 두려워하고, 전쟁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죽이고 나서의 죄책감, 심리적 불안감,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서로 쌍방, 돈으로 치유할 수 없는, 어떤 가치로도 비길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 다친 것이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의 분쟁은, 팔레스타인 아이, 이스라엘 아이의 일기를 각각 보여주고 있어 또 다른 이해를 돕는다.

 한 세기를 거친, 각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이지만, 아이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일기를 쓴 아이들은 자아가 건강한 아이들이라고, 물론 1년, 길게는 3년 이상 전쟁을 겪으면서 상처 받을 대로 받고 아이들의 놀 자유, 아주 귀한 어린 시절을 빼앗겼다고 느끼겠지만, 그 아이들은 잘 견뎌냈으니깐 .
 솔직하게, 풍부한 표현력으로 전쟁을 그린 일기를 보는 것은, 그 동안 전쟁에서 다룬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와는 아주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