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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지혜/어린이집 이야기

유아 쓰기 경험



유아반을 해 본 경험이 없어서,
쓰기를 어떻게 지원하고 제공하는 것이 맞는지 확신은 들지 않지만..
어린이집에서 많이들 제공하는 '책 만들기' 활동의 일환으로 글씨를 따라 쓸 수 있도록 인쇄 자료를 주는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유치원에 다녔던 기억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쓰기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이 기억에 난다.
'고구마', '가지' 등 몇 가지 쉬운 단어를 적어주시면 그 밑으로 줄줄이 쓰곤 했었다.
난 좀 더 어려운 단어를 쓰고 싶어서 내가 옆 장에도 써서 더 많이 쓰려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쓰기 발달이 어렸을 땐 좀 잘 되었던 것 같기도 한데, 나한테 좋았던 것은 '자발적인 쓰기 동기 유발'이었다.
내가 쓰고 싶었고, 글자에 관심이 많아서 읽고 조합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쓰기가 재밌어서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따라 쓰고 싶은 글씨를 따라썼었다.
다행히 글 따라쓰는 놀이가 스트레스가 아니라 놀이라 무한정 열심히 썼지만..
자발적인게 아니라 과업이 되믄 스트레스가 클 것 같았다.

초등학교 들어가서 받아쓰기도 곧 잘했는데,
한 번은 '있었다'를 '잇엇다'였던가 받침을 다 틀려서 20점을 맞은 적이 있었다.
너무 창피하고 속상해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맞춤법은 정말 조금씩 알아가고 배워가는건데, 한 가지 틀려서 완전 자존심 상하는 점수를 맞고 속상해서 받아쓰기가 싫어졌던 기억이다.

요즘은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초등학교 때 일기는 정말 '숙제'처럼 썼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엄마가 '일기'를 쓰는 이유랑 그걸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받아쓰기 / 일기..
정말 우리가 해야하는 '쓰기 교육'은 '양'보다는 '질'인 것 같다.

기록을 하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다.
내가 글을 쓰는 순간 나의 생각은 문자로 표현되고, 그것은 지우지 않는 한 영원히 남길 수 있다.
맞춤법을 잘 알고, 모르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받아쓰기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맞춤법을 써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
단순히 몇 점을 맞고 정확한 단어를 쓰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전달력'을 위한 소통의 수단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영유아기에 우리가 해주어야 할 좋은 경험은 '쓰기가 얼마나 즐겁고 멋진 일인지 알려주는 것'인것 같다.
단순히 단어를 따라 쓰고 한글 교육을 하는 목적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한 가지 방법으로 나의 생각을 남기고 소통하기 위한 '쓰기'를 경험하는 것이다.
글자는 천천히 알아도 된다.
글자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쓰기가 즐거운 일'임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내가 쓴 글씨를 누군가가 읽어서 그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경험,
내가 쓴 글씨가 어느 표지판이 되어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
내가 쓴 쓰기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것.

그 '쓰기'는 문자가 아니어도 그림이어도 좋고, 소통의 수단이라면 뭐든 좋을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 하는 좋은 '책만들기' 활동은 글자를 따라 쓰는 연습을 하는 책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을 담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책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주제가 우리 동네라면, 동네 주소를 쓰고 경찰관을 쓰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아이가 우리 동네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어하는지 마음을 읽어주고, 그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책에 잘 담을 수 있도록 교사가 도와주는 것이 '쓰기 지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유아반을 맡아보지 않았고, 제대로 된 유아교육을 배우지 않아서...
어떻게 잘 쓰기를 지원해야 할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없지만 ...
언제나 늘 그랬듯이 모든 보육, 유아교육의 핵심은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는가'이기 때문에..!
내가 부모라면, 글자를 빨리 읽고, 빨리 쓰는 아이보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을 읽기를 원하는 마음이 큰 아이로 키우고 싶을 것 같다.

'그 때'의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 행복한 경험을 앗아가지 말자.